[기고/김도연]논문 조작 막으려면 성과 조급증부터 없애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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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일본 도쿄대 특임연구원 前국가과학기술위원
김도연 일본 도쿄대 특임연구원 前국가과학기술위원
1월 말,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신진 연구원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30) 박사는 신데렐라처럼 등장했다.

박사 학위를 받은 지 3년밖에 안 된 30세의 여성 과학자가 유전자를 손상시키지 않고 신형만능세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국제적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해당 분야의 난제였던 암 유발 가능성을 크게 낮추는 연구 성과였다. 세기의 업적을 이뤘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바로 논문 조작 의혹이 제기됐고, 이달 9일에는 ‘논문에 결함이 있음을 죄송하게 생각하며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본인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과학기술에서의 연구란, 자연현상을 관찰하거나 실험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얻거나 창출하는 작업이다. 험준한 산을 오르며 새로운 길을 찾아내는 탐험과 같다.

미지의 산을 처음으로 오르면 당연히 세계가 주목하는 업적이 되지만, 이런 일은 드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많은 연구자들이 이미 다른 이가 올랐던 산을 다시 오르기도 하고, 중턱까지만 올라갔다 돌아오기도 한다. 이런 일들도 가치를 지니는 이유는 많은 사람이 다니면 그것이 결국은 넓고 탄탄한 길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연구를 통해 얻어진 새로운 지식은 논문이란 형태로 공개되는바, 이는 연구자가 자기의 업적을 자랑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논문이란 탐험대가 찾아낸 길을 토대로 작성한 새로운 지도인 셈이다. 따라서 조작된 논문은 터무니없게 만들어진 엉터리 지도와 같다. 이를 믿고 나서는 후학들은 틀림없이 큰 고통을 받게 될 것이고 심지어는 몇 년간 길을 잃고 헤매다가 완전히 좌절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논문 조작이란 이처럼 다른 사람들을 해치는 엄청난 해악이기에 사과와 반성의 몇 마디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 해 출판되는 과학기술 논문 수가 세계적으로 150만 건에 달하는 상황에서, 논문 조작은 많은 연구자들에게 달콤한 유혹이 될 수 있다. 이 유혹을 뿌리치려면 국내 연구자들도 성과를 빨리 내려는 조급증과 명성에 대한 집착을 경계해야 한다.

김도연 일본 도쿄대 특임연구원 前국가과학기술위원
#이화학연구소#논문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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