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계모가 시키는 대로 안 하면 동생처럼 죽을까 겁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7일 03시 00분


경북 칠곡에서 계모 임모 씨(35)가 여덟 살 동생을 발로 차 죽게 한 것을 보고도 “내가 동생 인형을 뺏으려다 죽였다”고 거짓 자백했던 12세 여자 아이의 사연에 많은 사람이 분노하고 있다. 이 여자 아이는 “계모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동생처럼 죽을지 몰라 무서웠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계모는 여자 아이의 동생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방에 가뒀다. 갇힌 동생이 방문을 긁자 계모는 화가 나 동생을 발로 짓밟았다. 폭행을 당한 동생이 배가 아파 밥을 먹지 못하자 계모는 다시 발로 차고 밤새도록 벌을 세웠다. 동생은 결국 내장 파열로 사망했다. 아이는 변호인의 도움으로 계모와 떨어져 살게 되자 비로소 판사에게 “(계모를) 사형시켜 주세요”라는 편지를 썼다. 아이가 느꼈던 공포와 울분의 깊이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학대는 학교 담임교사와 이웃 주민들까지 눈치 챌 정도로 심각했다. 아동보호기관의 상담사들이 신고를 받고 아이들을 직접 만났다. 그러나 아이들이 계모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학대를 부인하는 말만 듣고 그냥 돌아갔다. 동생의 담임교사는 “신고까지 했는데 달라진 것이 없었다. 교사로서 무력감을 느꼈다”고 말했다고 한다. 언니는 계모로부터 당한 학대를 경찰에 직접 신고한 적도 있었지만 보호를 받지 못했다. 아동보호기관과 경찰이 적절하게 대처했다면 막을 수도 있었던 죽음이어서 안타깝다.

지난해 울산에서는 계모 박모 씨(40)가 8세 여자 아이의 갈비뼈 16개를 부러뜨려 숨지게 한 ‘서현이 사건’이 일어났다. 이 아이가 포항에서 유치원에 다닐 때 유치원 교사가 아동보호기관에 신고했지만 이 기관은 엄마가 계모인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반성문 한 장 받는 것으로 끝냈다. 아이가 울산으로 이사 간 후에는 그쪽 보호기관에 알려주지도 않았다.

울산 계모 사건을 계기로 일명 ‘서현이법’으로 불리는 ‘아동학대범죄 등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돼 9월 시행된다. 앞으로 아동학대 치사는 최대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 그럼에도 법원의 새로운 아동학대 치사죄 양형기준은 최고 징역 9년밖에 되지 않는다. 아동은 자기방어 능력이 없다. 누구에게 어떤 식으로 도움을 구해야 할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아동 학대 사망은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법원의 양형기준을 일반 살인죄 수준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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