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용 기자의 죽을 때까지 월급받고 싶다]<13>스크루지의 사망보험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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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용 기자
홍수용 기자
사람 목숨에 가격을 매길 수 있다면 스크루지(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의 주인공인 고리대금업자)의 목숨 값은 3만 원이다. 반면 그의 가게에서 주급 15실링(약 11만 원)을 받으며 일했던 크래치트의 목숨 값은 2400만 원이 넘는다. 스크루지는 악하고 크래치트는 착해서가 아니다. 이 두 사람이 자신들에게 딱 맞는 보험에 들었을 때 나오는 사망보험금을 목숨 값이라고 가정하면 이 정도라는 뜻이다.

사망보험금은 자신의 사후 장례비와 가족들의 각종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한 돈이다. 가족이 없는 스크루지는 장례비만 생각하면 된다. 스크루지가 자신의 오랜 동업자인 말리가 죽었을 때 장의사에게 단돈 2실링을 줬고 저승 가는 노잣돈으로 말리의 눈꺼풀 위에 얹어준 1실링짜리 동전 2개까지를 장례비라고 간주하면 스크루지는 4실링(3만 원)짜리 사망보험금을 주는 보험이면 족하다.

크래치트는 스크루지와 달리 아내와 어린 자녀 6명이 있다. 가장으로서 생계를 책임져야 할 시간이 길고 부양가족이 많다. 자신이 갑자기 죽었을 때 2, 3년 치 연봉(그가 받았던 주급을 계산하면 1600만 원) 정도는 있어야 아내가 정신을 추스르고 직업을 가질 수 있다. 갓 태어난 젖먹이부터 큰아이까지 1인당 연간 15실링씩 각각 10∼15년 정도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총 교육비로 800만 원 정도가 든다. 장례비는 1800년대의 시세를 감안해 10만 원 정도면 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계산한 크래치트의 사망보험금은 최소 2410만 원. 스크루지 목숨 값의 803배다.

보험에 들면서 사망보험금을 얼마로 해야 하는지 고민하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는 곳은 없다. 기자가 생명보험협회에 문의했더니 “개인차가 커서 일정한 기준이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준을 한번 만들어보자. 사망보험금 규모를 정할 때 감안할 항목은 일상 생활비, 대출상환액, 교육비, 장례비 등 4가지다. 먼저 가장이 사망한 뒤 가족들이 지금 수준의 생활을 얼마나 오래 유지토록 할지를 정해야 한다. 배우자가 일을 하지 않은 채 평생 지금처럼 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평소 배우자와 상의해 가장의 사후 다른 생계수단을 찾아 생활의 안정을 찾는 기간을 약속해 두라. 2년 정도가 좋다. 4인 가구 도시근로자 평균치인 월 500만 원을 버는 가장은 일단 최소 1억2000만 원을 일상생활비 명목의 사망보험금으로 준비하라.

이어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빚도 사망보험금 계산에 넣어야 한다. 여기서는 임금 근로자의 1인당 대출 규모인 평균 4000만 원을 사망보험금으로 준비하는 것으로 가정해보자.

교육비는 자녀의 연령, 앞으로 교육할 기간, 사교육비 투입액 등을 확정하기 어려워서 문제다. 대학 등록금을 모두 댄다는 생각으로 계산하면 좀 쉽다. 현재 4년제 대학 평균 등록금은 700만 원 정도다. 이 등록금이 연간 5%씩 오른다고 보고 10년 뒤 등록금을 계산하면 1140만 원이다. 자녀가 2명이라면 4년 동안 1억 원 가까운 등록금이 필요하다.

장례는 간소하게 치르도록 배우자와 약속해두라. 납골당을 이용하고 평소 입던 의복을 수의로 쓰면 장례비를 500만 원대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런 항목을 모두 합한 사망보험금은 2억6500만 원이다. 이 금액은 가족 수, 현재 수입 정도, 빚 규모, 교육 수준, 장례에 대한 가치관 등 개인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어 배우자의 수입이 많거나 금융상품 투자금액이 많다면 사망보험금 규모를 줄여 보험료를 아끼는 게 합리적이다. 반면 가족 중 누군가 아파서 치료비가 많이 들 가능성이 있다면 사망보험금이 더 들 것이다.

사망보험금을 주목적으로 한 보험은 종신보험이다. 과거 한 보험사가 남편이 죽고 보험설계사로부터 10억 원을 받았다는 광고를 해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아내가 남편의 사망 이후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듯한 표정과 설계사와의 묘한 관계를 연상하는 장면을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때문에 ‘내가 죽고 난 뒤에 돈이 무슨 소용?’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마음을 고쳐먹으시라. 보험은 자신을 위한 것일 뿐 아니라 가족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종신보험은 가입자가 반드시 사망하지 않더라도 생계유지 활동을 도저히 할 수 없을 정도의 장해를 당하거나 심각한 질병에 걸릴 때도 ‘경제적 사망’으로 간주해 보험금을 미리 주기도 한다. 특약을 더해두면 간병비나 입원비 같은 비용을 보상받을 수도 있다.

홍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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