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정치연합, 국민통합 말하며 이승만 박정희 묘소 왜 못 찾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8일 03시 00분


창당 같은 주요 정치행사를 전후해 당 지도부가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과 전직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는 것은 관례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그제 야권 통합신당을 출범시키면서 서울현충원을 찾지 않았다. 김한길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는 천안함 희생자 추도식이 열린 대전현충원을 방문했다. 서울현충원을 찾는 게 관례에도 맞고 모양새도 좋을 텐데 신당 지도부는 주저하는 분위기다.

김한길 대표는 서울현충원 방문과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 참배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2012년 대통령선거 때와 올해 초 신년을 맞아 두 차례 서울현충원의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모두 참배했던 안철수 대표는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신당 내부에서 이승만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 묘소 참배를 놓고 갈등이 벌어지면서 신당 지도부가 서울현충원 방문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당은 이전의 민주당과는 달리 국민 통합을 유달리 강조한다. 창당발기문에서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의 가치를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민주화와 함께 산업화의 의미도 평가했다. 당의 정강정책에 성장과 안보를 중시하는 표현을 넣었다. 6·15선언과 10·4선언 외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7·4선언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기본합의서까지 담았다. 하지만 정작 국민통합의 상징성이 큰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 참배를 꺼리는 것은 이전의 민주당 모습 그대로다.

새정치연합이 이승만 박정희 정권과 싸웠던 민주당을 사실상 계승했으니 이들의 묘소 참배에 일부 구성원이 거부감을 갖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승만 대통령은 부정선거, 4·19 유혈 진압, 측근들의 부정부패 같은 과오도 있었지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반을 두고 건국을 이루었으며, 한미동맹을 성사시켜 북한의 6·25 남침에서 나라를 구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헌정 중단, 민주인사 탄압, 장기집권의 오점을 남겼으나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산업화로 빈곤 탈피를 넘어 국가 부강의 기틀을 마련했다. 건국과 산업화는 민주화와 더불어 대한민국의 소중한 역사다.

권위주의 체제에 희생당한 사람들의 아픈 기억이 생생할 때는 야당 진영에서 두 전직 대통령 묘소를 흔쾌히 참배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세월이 많이 흘러 이제 공(功)과 과(過)를 균형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시기가 됐다. 공은 계승해서 발전시키고 과는 반성하면 된다. 오늘날 숱한 사회적 갈등과 반목이 편협한 ‘역사 편 가르기’에서 비롯된 측면도 없지 않다. 새 정치와 민생, 국민통합을 강조하는 새정치연합이 두 전직 대통령 묘소 참배를 통해 진정성을 보여주고 역사적 화해를 실천해 나간다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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