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사 이기주의, 의대 정원 확대와 규제 혁파로 깨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8일 03시 00분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어제 원격진료 등 핵심 쟁점에 합의함에 따라 24일부터 예정됐던 의사들의 2차 집단 휴진은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 합의안에 따르면 원격진료는 6개월 시범사업을 먼저 하기로 했고, 영리 자법인 설립 등 정부가 추진해온 규제 개혁안 대부분은 추후 논의 기구를 만들어 다루기로 했다. 정부가 정홍원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집단 휴진 참가자는 법대로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다가 뒤늦게 협상을 시작해 지나치게 양보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공의의 근로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1주 88시간으로 정해진 근무시간을 서구 수준(미국 80, 유럽 44시간)으로 점차 줄여나가기로 했다. 전공의들의 실제 근무시간은 주당 평균 108.3시간, 1년 차 전공의는 120시간이나 된다. 전공의의 인권뿐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서도 반드시 개선돼야 할 일이다. 그러나 전공의는 대형 병원의 근로자이고, 병원 경영자는 선배 의사들이다. 의료계 스스로 개혁했어야 할 일을 정부 탓인 양 파업을 들먹이는 것은 옳지 않다.

초과 근무에 시달리는 전공의 문제도 따지고 보면 의료계가 의대 입학정원을 3000명 정도로 묶어놓고 있어 발생하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는 2000년 의약분업 파동을 겪으면서 의대 정원을 3000명 선으로 유지하는 ‘진입 규제’를 통해 의사들의 기득권을 보호해 줬다. 한국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2.1명(2012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관련 통계가 있는 28개국 가운데 가장 적다. 의료소비자들이 더 많은 의료 편익을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도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

이번 합의안에서 일단 미뤄놓은 원격진료 등 의료계 규제 개혁은 나중에 다시 갈등의 핵이 될 수 있다. 건강보험 수가를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의료계 대표를 더 많이 넣는 방안도 들어 있다. 의료계의 요구 사항을 대폭 들어준 만큼 의료계도 개혁 방안을 대승적으로 수용해 환자 편익 확대와 국가 경제에 기여해야 한다.

의료 교육 관광 금융 소프트웨어 등 5대 서비스 업종에 대한 청년층의 취업 선호도는 40∼50%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 분야의 일자리는 국내 전체 서비스업의 17%에 불과하다. 의료서비스 사업은 고용 효과가 제조업보다 커 2020년까지 원격진료 의료관광 등에서 10만 명 이상의 고용과 15조 원 이상의 생산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계의 진입 규제를 없애 일자리를 늘리는 일이 시급하다. ‘의사 파업’을 통해 다시 확인된 의사들의 집단이기주의를 보며 의료계부터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한다.
#의사#보건복지부#대한의사협회#원격진료#집단 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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