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發 경제 리스크 심상치 않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5일 03시 00분


중국 철강회사인 하이신철강이 최근 만기가 돌아온 부채를 갚지 못한 사실이 어제 밝혀졌다. 태양광업체 차오르솔라가 7일 중국 민간기업 사상 최초로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데 이어 두 번째 디폴트다. 11일에는 실적 악화로 채권과 주식 거래를 일시 정지당한 기업도 나왔다. 올 1, 2월 중국의 산업생산, 소매판매, 고정자산투자 증가율도 당초 예상치보다 떨어졌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13일 “채권 등 금융상품의 디폴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리먼브러더스급 사태’를 촉발할 수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한다. 중국발(發) 경제 리스크가 불거지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하면서 국제 금융시장 불안도 커졌다. 이번 주 아시아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 증시는 큰 폭 하락했다. 한국 증시의 코스피도 최근 1주일 동안 54포인트(2.7%) 떨어져 어제 1,920 선이 무너졌다.

중국 기업들의 부채는 2012년 말 기준 65조 위안(약 1경1050조 원)에 이른다. 국내총생산(GDP)의 125%로 선진국의 2배 수준이다. 중국 기업과 지방정부는 ‘그림자 금융’(은행 밖에서 행해지는 다양한 형태의 대출)에 의존한 무리한 사업으로 빚을 키웠다. 그림자 금융이 40조 위안으로 추정된다지만 금융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어 전모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그림자 금융이 중국 경제를 뒤흔들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도 그림자 금융에서 비롯됐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을 넘어 이미 ‘세계의 시장’이다.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4분의 1인 최대 교역국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같은 간판기업도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시점에 ‘차이나 리스크’가 현실화하면 파장은 더 커질 수 있다.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 추세가 이어지고 외환보유액도 처음으로 3500억 달러를 넘었다. 과거보다 위기대응 능력이 커진 것은 분명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정부는 중국에서 나타날 최악의 사태까지 예상해 선제적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그제 기자들에게 “현 시점에서 중국 경제 경착륙에 대한 지나친 우려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위기를 부채질해서는 안 되지만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경제 감속과 글로벌 경제 위축에 대응하려면 내수 시장을 키워 수출 둔화의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도 규제개혁, 특히 서비스 분야의 과감한 규제 혁파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중국#하이신철강#부채#차오르솔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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