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광기]‘美 대마초 합법화’를 걱정해야 하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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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기 경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사회학
김광기 경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사회학
얼마 전 검찰이 미국에서 대마초 과자를 밀반입한 사람을 구속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범인은 마약을 몰래 가져오기 위해 과자로 둔갑시킨 것일까. 아니다. 대마초 과자가 미국에서는 불법이 아니다.

최근 미국 수도 워싱턴을 비롯해 20개 주에서 치료용으로 대마초를 허용했다. 그러더니 ‘오락용 대마초’를 합법화한 곳도 늘어나고 있다. 콜로라도 주가 올해 처음으로 오락용 대마초를 판매했다. 워싱턴, 애리조나, 알래스카, 오리건 주가 줄줄이 이를 따를 예정이다.

대마초를 합법화한 이후 미국에서는 이 산업이 ‘블루 오션’으로 간주돼 전국적으로 공장형 마리화나 농장 허가권을 따내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관련업체 주가가 상한가를 치기도 했다.

보안업체도 때 아닌 활황을 누리고 있다. 연방정부는 1970년 제정된 ‘규제약물법’에 따라 여전히 대마초를 헤로인 같은 1급 마약류로 분류해 이와 관련한 일체 사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은행은 언제든 연방정부의 철퇴가 내려질 것을 우려해 이런 사업체에 서비스 제공을 꺼리고 있다. 그 때문에 현금을 쌓아둘 수밖에 없는 업체들은 강도의 습격에 대비하기 위해 보안업체를 필요로 한다.

왜 연방정부와 상충되는 법을 주 정부들이 시행하는 것일까. 2010년 5월 월스트리트저널은 “금융위기로 파산 지경에 이른 주 정부들이 세수 증대를 위해 술, 도박, 마약 등 ‘3대 악’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 시작했다”는 취지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올 2월 뉴욕타임스는 “대마초 합법화 이후 최대의 수혜자는 주 정부다”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콜로라도 주의 경우 이 사업으로 연간 1억 달러 이상의 세금을 걷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다른 주도 ‘세수 대박’의 유혹에 굴복해 결국 대마초 합법화가 대세가 될 확률이 높다. 또 대마초 성분이 농축된 빵 과자 사탕 등이 판매되면서 아이들이 대마초에 노출될 수 있다. 실제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대마초 가공식품은 일반 식품과 겉으로 구별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밀반입하려 했던 식품도 이런 것들이다.

1급 마약류로 금지된 대마초의 합법화가 중독자를 양산하고 다른 유형의 마약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점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세금을 거둬 공중보건 등 좋은 일에 쓰겠다는 논리도 모순투성이다. 세수 대박에 눈이 멀어 혹시나 이런 정책을 받아들인다면 근시안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떤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미국의 일이다”라며 남의 일 보듯 한다. 만약 그렇다면 필자는 걱정이 앞선다. 왜냐하면 대마초 가공식품의 밀반입 시도에서 이미 ‘징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마초 합법화에 따른 파장은 우리 코앞에 이미 다가와 있다. 우리 모두 신중하고 사려 깊게 대응해야 한다.

김광기 경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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