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야권연대도 모자라 민주당과 野合이 ‘안철수 새정치’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3일 03시 00분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 중앙운영위원장이 어제 신당 창당을 통한 양측의 통합을 전격 선언했다. 양측이 왜 갑자기 이런 결정을 했는지, 야권 신당이 과연 출범해 성공할 수 있을지 온갖 추측이 분분하다.

안 위원장과 민주당은 가깝게는 지방선거, 멀리는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손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 위원장은 기성 정치권을 싸잡아 구태라고 비판하며 정치권의 혁신과 새정치를 주문해온 정치인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 “정당이라면 선거에서 독자적으로 이겨야 한다. 연대해야 이긴다는 것은 패배주의적 발상”이라며 신당 간판으로 지방선거에서 야권 연대나 후보 단일화 없이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랬던 안 위원장이 새정치를 기대했던 국민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기초공천 포기 약속’ 단 하나만을 강조하며 “진심으로 약속을 지키고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아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한 입으로 두말을 했다. 결과적으로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했고, 자신이 구태라고 비판했던 바로 그 한쪽과 손을 잡은 데 대해 얼마나 많은 국민이 공감할지 지켜볼 일이다.

민주당은 국민의 외면을 받는 상황이 지속되고, 안철수 당의 출현으로 야권이 분열된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물론이고 차후 총선과 대선에서도 희망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을 것이다. 안 위원장도 현실의 벽 앞에서 독자 정당 창당이 얼마나 어렵고 모험인지 깨달았을지 모른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이뤄진 이번 통합 선언은 정치공학적 야합(野合)이라는 비판을 모면키 어렵다.

신당의 성공 여부는 양측이 얼마나 내부 반발을 무마하고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지에 달렸다. 양측 모두 지도부의 추인을 받았다고는 하나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낸 것은 아니다. 비당권파이지만 다수세력인 친노(친노무현) 386 출신들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도 변수다. 경우에 따라선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새천년민주당이 분열됐던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 안 위원장은 자신과 자신의 세력이 들어가면 민주당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결국 기성 정치권 전체를 바꿔 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안 위원장 측이 친노를 무너뜨릴 ‘트로이의 목마’가 될지 아니면 그들에게 포획돼 군소 계파 수장을 할지는 알 수 없다.

만일 민주당이 안 위원장 세력을 끌어들여 기껏 화장 고치기의 구실이나 불쏘시개 정도로만 이용한다면 미래는 암울하다. 야권 신당 창당이 선거철의 고질적인 야합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 국민에게 입증해야 한다. 극좌 노선이나 친북주의와 결별하고 합리적 중도 개혁주의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새누리당도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만 바라보는 습관적 의존증에서 탈피해 진정한 당내 민주주의를 이루고, 친이·친박 같은 고리타분한 계파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선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선거 정당 공천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정치쇄신 경쟁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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