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BS 수신료 인상하려면 광고부터 폐지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일 03시 00분


방송통신위원회가 어제 KBS 수신료를 현행 월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을 의결했다. 방통위원 5명 가운데 여당 측 3명이 찬성하고 야당 측 2명은 반대했다. 방통위가 검토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해 국회가 승인하면 확정된다. 방통위는 연간 6200억 원의 광고수입 가운데 2100억 원을 줄이고, 2019년까지 ‘광고 제로(0)’의 완전 공영제로 가기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내라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KBS가 2017, 2018년 정권교체기에 광고 폐지의 약속을 지킬 것인지 의문이다.

KBS는 ‘수신료 현실화, 공영방송의 시작입니다’라는 문구를 모든 방송 프로그램이 끝날 때마다 내보내고 있다. 시청자를 세뇌시키겠다고 작정한 듯하다. 지난해 12월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수신료 인상 방안을 제출받고 “궁극적으로 광고를 없애는 게 공영방송인데 KBS의 제출안에는 광고 완전 폐지에 대한 로드맵이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KBS가 경영합리화를 위해 제출한 자구노력안에 대해서도 “미흡하다”고 질타했다.

이달 초에도 방통위에서 KBS 길환영 사장이 “매년 5%씩 인건비를 올리지 않으면 노사 문제가 어렵게 된다”고 밝히자 이 위원장은 “공공기관 혁신의 주 타깃은 과거 비정상적으로 된 노사 관계를 바로잡자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KBS는 달라진 점이 없는데도 이번에 방통위가 “인건비를 포함한 경비 절감,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 등 뼈를 깎는 과감한 경영혁신”을 주문하며 수신료 인상을 받아들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KBS의 인력 구조는 평직원보다 간부가 많은 역(逆)피라미드형이다. 직원 4700명의 평균 연봉이 1인당 9300만 원이나 되는 ‘신의 직장’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KBS가 구조조정만 제대로 할 경우 수신료 5000원이면 광고 없는 국가기간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왕가네 식구들’ 같은 ‘막장 드라마’와 걸그룹 노출 같은 예능 프로로 상업방송과 시청률 경쟁을 하는 KBS2를 공영방송으로 보기는 어렵다. 1회 제작비가 수억 원에 이르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으로 상업방송과 경쟁하면서 시청료만 올리려 든다면 납득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KBS는 과거에도 수신료를 인상해주면 방송의 질을 높이고 광고도 줄인다고 선언하고는 시간만 지나면 없던 일처럼 시청률 경쟁에 열을 올렸다. KBS가 진정 국가기간방송으로 인정받으려면 수신료 인상과 광고 폐지를 연동한 일정을 포함해 공영성 강화 로드맵부터 제시해야 한다. 국회는 KBS의 로드맵을 충분히 검토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수신료를 삭감하는 제재 조치가 분명한지 따져 인상안을 심의해야 할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KBS#수신료#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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