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자가 월 26만 원 더 쓰면 서민 일자리 17만 개 늘어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0일 03시 00분


부산의 센텀시티는 쇼핑몰 아이스링크 아쿠아랜드 등을 갖춘 동양 최대의 복합 리조트다.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 최대 백화점을 비롯해 각종 시설이 크고 화려해 가본 사람은 입을 딱 벌리고 감탄하는 부산의 랜드마크가 됐다. 재래시장을 살리자는 쪽에서 보면 온갖 시설을 모두 모아 놓고 사람들을 끌어가 지갑을 열게 만드니 얄미울 수도 있다.

그러나 센텀시티는 기업이 관광·문화 인프라를 만들어 지역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린 대표적 사례다. 컨벤션 영상 등 관련 산업체 1200여 개가 입주해 1만5000여 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센텀시티는 홍콩이나 동남아시아로 가던 국내외 쇼핑객과 관광객 상당수를 국내로 돌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소득층 가구가 월평균 24만1000원을 더 소비하면 연간 16만8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긴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소득계층별 소비 여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부자들이 지갑을 더 열면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7조2000억 원 더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내수를 활성화하려면 고소득층의 소비를 늘릴 방법부터 궁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민간소비가 늘어야 제조업과 서비스 생산이 증가하고 일자리가 늘어난다. 한국은 세계 경제의 불안 속에서도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했다. 하지만 수출 호조가 서민 살림살이의 온기(溫氣)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어음부도율은 3년 만에 최고일 정도로 내수가 침체했다.

서민은 소비를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 쓴다. 가계 부채는 1000조 원을 넘어섰다. 부자들이 지갑을 열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6년간 소비증가율은 소득증가율에 못 미쳤다. 특히 고소득층 소비가 부진하다. 고소득층(중위 소득의 150% 이상을 버는 계층)의 월평균 가처분소득은 2006년 538만 원에서 2012년 587만 원으로(연평균 1.5%) 늘었지만 소비지출은 310만 원에서 323만 원으로(연평균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내수 유발 효과가 큰 국내 관광을 확대하기 위해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5월과 9월에 단기 방학을 도입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해외로 쏠리는 고소득층의 관광 수요를 국내로 돌리기 위해서는 질 높은 문화와 관광 인프라를 늘려야 한다. 골프장에 대한 특별소비세와 각종 규제를 줄이면 해외 골프관광도 줄어들 것이다. 그만큼 일자리가 늘어나게 된다. 부자들이 돈 쓰는 것을 과소비나 위화감 조성이라고 곱지 않게 보는 사회 분위기도 바꿔야 한다. 이곳저곳에서 내수가 살아나야 지속가능한 성장이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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