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구글 특허공유 ‘MS-인텔 협력’의 차세대 버전 만들라

삼성전자와 미국 구글이 기존 특허는 물론이고 앞으로 10년간 개발하는 특허까지 공유하는 ‘포괄적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했다. 기업 간 특정 분야의 특허를 나눠 쓰는 일은 있지만 이처럼 전 분야에 걸쳐 특허 공유 계약을 하는 건 드물다.

삼성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구글은 소프트웨어와 검색에서 각각 세계 1위 기업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대표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두 강자가 손을 잡은 것은 미래 경쟁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다. 삼성은 클라우드, 검색, 모바일 광고는 물론 미래성장 엔진으로 꼽히는 웨어러블(입는) 스마트기기, 로봇, 사물인터넷에서도 구글의 첨단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 ICT 전문미디어인 ZDNet는 “삼성-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인텔 협력의 차세대 버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협력은 공동의 경쟁자인 애플에 대한 연합전선이기도 하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분야에서 애플과 감정적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는 삼성이 우군을 확보한 셈이다. 삼성은 지난해 미국 특허 출원 건수에서 2위에 올랐지만 장기 성장 전망에 대해 최근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삼성 기술력은 재확인받았다. 이건희 회장이 언급했던 ‘시장과 소프트웨어 기술의 한계’까지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거리다.

양사의 협력이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이뤄질지는 추가 협상을 지켜봐야 한다. 구글은 2011년 모토로라를 인수해 하드웨어 시장에 접근하고 있고, 삼성은 대안 운영시스템(OS)인 타이젠 개발로 소프트웨어 시장에 진입해 서로 경쟁하는 측면도 있다. 삼성-구글 협력 모델이 실질적 사업과 성과로 이어져 삼성의 한계, 한국경제의 한계를 돌파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정한 혁신과 성장은 ‘법정 아닌 시장에서의 경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삼성과 구글이 보여주기 바란다.

삼성의 ‘대학 총·학장 추천제’ 채용 방침이 대학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구글의 에릭 슈밋 회장은 다보스포럼에서 “기술 진보가 중산층의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첨단 기술과 결합한 분야에선 새로운 일자리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삼성-구글 모델이 젊은 세대에 더 큰 꿈을 심어주고, 대학교육과 창조경제 구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