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옥현]큰 틀의 대북전략(grand design)이 아쉽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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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옥현 전 국정원 제1차장 한림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옥현 전 국정원 제1차장 한림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신년 초 불붙은 가장 큰 이슈는 단연 ‘통일 대박론’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장성택 처형으로 인해 급변사태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진퇴양난의 북핵 위기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계승 발전시킨다는 원칙을 천명했으나 구체적인 복안을 밝힌 바 없다. 우리가 참고할 중요 정보자료는 미국 국가정보국장실(O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의 ‘2030 글로벌 트렌드(global trend)’라는 예측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남북통일 문제는 2030년경 미중 간의 격렬한 논쟁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제적 역학관계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통일 대박론’ 이후 국내 언론에는 정제되지 않은 우리 의도와 전략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예컨대, 중-러 지지 확보, 범부처 간 통일헌법 협의체 결성, 북한 급변 대비 한미 협의 채널 가동 및 중국 러시아 일본 참여 등으로 요약된다.

필자는 통일 단계로 1단계 김정은 체제 몰락, 2단계 친중 정권의 등장과 개혁개방, 3단계 남북연방제 과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본다. 또 ‘통일 대박론’의 결정적 키는 중국에 있다고 본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정책을 맞받아치기 위한 북한의 안전판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미-중 간 조용한 외교가 중요하고도 긴 여정이 될 것이다.

이제 다급한 것은 북핵 문제다. 북한은 제3차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를 달성했다고 주장한다. 2008년 12월 중단된 6자회담을 ‘죽은 회담’이라고 일축하면서 미국과의 핵군축 협상을 주장한 지 오래다. 북한은 10여 개 수준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양국이 ‘2·29합의 플러스알파’ 없이는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없다고 ‘전략적 인내’ 원칙만을 외쳐댄들 무슨 소용이 있나. 언제든 4차 핵실험을 단행할 준비를 마친 북한이 이성적 협상 주체라고 생각한다면, 한미 양국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것이다. 중국도 힘이 부친 지 오래다. 전문가들도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데 동의하고 있음을 엄중하게 새겨들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으니 다행이다. 더 늦기 전에 6자회담 명분론을 거둬들이고 미-북 비밀회담이라는 새로운 협상 틀을 가동해야 한다. 한중 양국은 별도로 막후 감독 역할을 맡는 등 투트랙 방안이다. 이란 핵협상, 미중 수교, 베트남 종전협상도 모두 미국이 주도한 비밀협상이었다. 통일이 ‘대박’이 되고 북핵이 ‘재앙’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전략(grand design)’이 시급하다.

전옥현 전 국정원 제1차장 한림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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