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문병기]수출 먹구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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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경제부 기자
문병기 경제부 기자
한국 경제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수출액과 경상수지 흑자, 3년 연속 무역 1조 달러로 수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직후인 1964년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한 지 반세기 만에 거둔 기록적인 성과다.

하지만 화려한 성적표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는 더욱 짙어졌다. 무엇보다 수출 증가율이 눈에 띄게 둔화됐다. 2012년(―1.3%) 뒷걸음질쳤던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2.2%를 기록하며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2005∼2010년 연평균 수출 증가율 11.4%에 비하면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신흥국으로의 수출이 빠르게 늘며 다각화되던 한국의 수출 지도도 다시 쪼그라들었다. 중동(―11.0%), 중남미(―1.4%) 등에 대한 수출이 줄면서 중국, 미국 수출 의존도는 더 높아졌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함께 글로벌 경제 지형의 대전환이 예고되는 올해는 한국 수출에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들의 통화정책이 정상화되면서 나타날 환율 불안과 보호무역주의가 큰 변수로 꼽힌다.

무엇보다 연초부터 엔화 약세가 심상치 않다. 오랜 구애 끝에 일본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끌어들인 미국은 엔화 약세를 통한 일본의 경제부활이 자국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그런 만큼 올해 엔화 약세의 파고는 어느 때보다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세계 시장에서 일본과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기업에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글로벌 경제 위기를 전후해 한국의 핵심 수출 시장으로 떠오른 신흥국들이 앞다퉈 취하고 있는 보호무역 조치들도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를 위시한 신흥국들은 뜨겁게 달궈졌던 성장엔진이 식으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쌓이자 지난해부터 잇따라 관세를 인상하고 나섰다. 실제로 브라질은 지난해 10월 100여 개 소비재에 대한 관세를 인상했으며 인도는 모든 수입품에 대해 환변동 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수입 규제 강화에 나섰다. 인도네시아 역시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전자제품에 붙는 ‘사치세’를 인상했다.

하지만 고조되는 위기감 속에서도 국내 수출기업들은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수출기업들의 환율에 대한 우려나 규제완화 요구에 ‘배부른 소리’라는 차가운 반응이 나오기 일쑤다. 신소재 수출 확대를 위해 일본과 합작투자를 추진하던 대기업들을 위해 외국인투자촉진법을 개정하려던 정부는 정치권으로부터 ‘친(親)재벌’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낙수효과의 약화와 함께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한때 경제성장의 역군으로 찬사를 받던 수출기업들에 대한 시선도 차가워졌다.

수출은 여전히 한국 경제의 핵심 축이다.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 목표로 삼은 3.9%의 성장은 수출 없이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다. 올해는 정부와 정치권이 수출기업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이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본다.

문병기 경제부 기자 weappon@donga.com
#수출 증가율#중국#미국#엔화 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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