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재훈]향기 파는 자동차, 열쇠는 소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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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자동차 회사에서 향수를 만든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많은 사람들이 의아한 눈길을 보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28일 기아자동차가 ‘기아 향(KIA Fragrance)’이란 향수를 발표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다.

최근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선택할 때도 성능, 안전성, 가격 등과 같은 기능적, 경제적 요소뿐 아니라, 차를 탈 때마다 느끼는 냄새, 소리, 촉감 등 감성적인 요소에 큰 가치를 부여한다고 한다. 기아자동차의 향수 제작은 바로 이러한 감성적인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것이었다.

이러한 감성 트렌드의 부상은 소재부품 기업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완제품의 시각적 가치는 ‘디자인’을 통해 제시되지만, 다양한 ‘감성’을 실제로 구현하고 완성시키는 것은 결국 감성을 반영한 특별한 소재부품이기 때문이다.

세계 소재부품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전통의 제조업 강국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뒤로하고 세계 5위를 차지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소재부품 강국이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첨단소재부품의 기술 경쟁력은 아직도 독일, 일본과 같은 선진국의 60% 수준에 그치고 있고, 가격 경쟁력에서는 중국과 같은 후발국들의 거센 추격을 받는 등 우리 소재부품산업은 아직도 자갈밭을 한참 달려가야 할 형편이다.

이러한 기술·가격 중심의 기존 소재부품 경쟁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수 있는 핵심 요인 중 하나가 바로 감성이다. 일부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 중심으로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감성 소재부품 분야는 무궁한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신시장이다. 또한 감성 소재부품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는 우리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감성 소재부품의 특성상 공학, 인문학, 예술 등 다양한 학제 및 산업 간의 융합 연구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기술인문융합창작소’를 설치하여 기술과 인문 간 네트워크 촉진 및 창의적 융합연구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산업부는 감성 소재부품 개발 촉진을 지원하는 ‘감성 소재부품 연구센터’도 설립할 예정이다.

지난달 30일부터 사흘간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3 글로벌소재부품산업대전’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780여 개 국내외 소재부품 기업, 연구소, 기관 등이 참가하고 3만5000여 명이 행사장을 다녀가는 등 감성 소재부품을 비롯한 소재부품산업의 새로운 이슈와 첨단 기술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쪼록 이러한 관심이 향후 우리 소재부품산업을 비롯한 산업 전체의 큰 열매로 맺어질 수 있도록 현장 일선으로 돌아간 소재부품산업인들의 건투를 빈다.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사업 다각화#감성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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