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 집단적 자위권, 한반도 영향 줄 땐 한국 동의 받아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8일 03시 00분


미국을 방문 중인 정부 고위 당국자는 25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한반도와 주권에 영향을 줄 때는 한국의 동의를 얻도록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해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 당국자의 발언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방침에 대한 한국의 첫 공식 반응이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동맹국이 공격을 받으면 자국이 공격당한 것으로 간주해 반격할 수 있는 국제법상 권리다. 유엔 회원국 일본도 이 권리를 누릴 수 있지만 헌법 9조의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써 영구히 포기한다’는 규정에 따라 역대 일본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헌(違憲)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아베 신조 총리는 헌법 해석을 바꾸려 하고 있다.

당국자의 발언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원론적으로 용인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일본의 움직임을 제어할 외교 수단도 마땅찮다. 재정 삭감으로 일본의 기여가 절실한 미국은 일찌감치 일본 손을 들어줬고 영국 호주도 일본을 지지했다.

정부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한반도 안보 상황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원하지 않는데 미일동맹 자동 개입 조항에 따라 일본이 한반도에 군대를 파견하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내년 말에 개정할 예정인 미일 방위협력지침에 우리의 의견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일본도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일본이 미국을 등에 업고 중국, 북한의 안보 위협을 빌미 삼아 군사대국화의 길을 재촉하려는 태도는 걱정스럽다. 전후 60년이 훌쩍 지났는데도 일본의 움직임에 주변 국가들이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이유를 되돌아봐야 한다. 일본이 최근 유튜브를 통해 역사적 지리적으로 한국의 영토이고 한국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긴 것도 부당하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국가안보다. 정부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에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 자주국방력을 강화하고 외부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위기관리능력을 키우는 도리밖에 없다.
#자위권#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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