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내우외환의 검찰 운명 짊어진 김진태 총장 후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8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김진태 전 대검찰청 차장을 새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인사 배경을 설명하면서 박 대통령의 주문이라며 세 가지를 강조했다. 검찰 조직의 정상화와 현안에 대한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로의 개혁이 그것이다. 박 대통령이 핵심을 잘 정리했다고 본다. 문제는 실천일 것이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윤석열 전 수사팀장(여주지청장)이 국정감사장에서 보여 준 내분은 전례가 없던 사태다. 검찰의 편 가르기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적 성향이나 출신지로, 출신 학교나 수사 분야로 패거리를 짓는 것은 시급히 불식해야 할 폐단이다.

검찰이 윤 팀장의 후임에 공안통인 이정회 수원지검 형사1부장을 인선한 것을 놓고서도 여러 말이 나온다. 공안통이든 특수통이든 검사의 사명은 진실규명이다. 국가정보기관이 선거에 개입하는 댓글을 달고 트위터 퍼 나르기를 했다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범법 행위다. 김 후보자가 총장이 된다면 이 사건부터 철저히 규명하고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김 후보자 앞에는 갈가리 찢긴 검찰 조직을 추스르고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도 놓여 있다. 그는 검찰 내에서 깐깐한 원칙주의자라는 말을 듣는다. 그의 원칙주의는 현안 수사는 물론이고 날개 없이 추락한 검찰의 권위를 되살리는 데도 적용돼야 한다. 검찰 조직의 의견을 수렴해 비전을 제시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가깝게는 조 지검장과 윤 지청장에 대한 감찰 결과를 주목한다.

야당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에 대해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의 대리인”이라는 의구심을 내비쳤다. 검찰총장이 ‘비서권력’의 대리인일 수도 없고, 만약 그런 처신을 한다면 과거 사례에 비추어 두 사람 모두 망하는 길이다.

검찰총장 후보 가운데 최연장자이자 수사 경험도 풍부한 김 후보자의 지명은 조직의 안정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동기가 검찰총장이 되면 모두 옷을 벗는 관행 때문에 검찰 간부의 기수가 점점 낮아지는 폐단이 있었다. 검찰 간부의 연경화(年輕化)로 수사력이 약해지고 법원이나 다른 부처와 비교해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았다.

각종 수사를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립과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자(婚外子) 논란까지 겹쳐 김 후보자는 국회에서 혹독한 인사청문회를 치를 것이다. 그는 이제 과거 인생을 걸고 국민적 관심이 쏠린 미래의 시험대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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