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이승건]‘그림의 떡’ 진해야구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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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프로야구가 8일부터 ‘가을잔치’ 포스트시즌을 시작한다. 잔치를 앞뒀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들의 마음은 한편으론 무겁다. 올해 1군에 합류한 9구단 NC의 연고지인 창원시가 약속했던 새 구장을 진해에 짓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KBO는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새 구장 용지 선정과 관련해 타당성·공정성·신뢰성 등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며 용지 변경을 요청했다. 창원시의 눈치를 봐왔던 NC도 다른 곳에 구장을 지어 달라고 나섰지만 창원시는 요지부동이다. “야구장을 지어 주겠다고는 했지만 용지 선정은 전적으로 시의 권한”이라며 “시정에 간섭 말라”는 말까지 했다.

창원시도 새 구장 용지가 접근성이 떨어지는 걸 잘 안다. 그래서 여러 해결책을 내놨다. 약 3조6000억 원을 투입해 야구장 연결도로를 확충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경기가 있는 날에는 ‘맞춤버스’를 운행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계획대로라면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연결도로 확충은 애초 야구장과는 별개로 추진하던 기본사업이다. 물론 이 사업에 야구장으로 가는 길도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야구장이 문을 여는 2016년 4월 안에 개통되는 주요 도로나 터널은 없다.

해군기지가 있는 진해는 육로 접근이 어려운 곳이다. 높이 582m의 장복산이 옛 마산·창원과 진해 시가지를 갈라놓고 있다. 이 산을 통과하는 장복터널과 안민터널은 지금도 상습 정체 구간이다.

서울로 눈을 돌려보자. 두산과 LG의 홈인 잠실구장은 교통의 요지다. 지하철 2호선이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고 바로 앞에 왕복 10차로가 있다.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와도 접해 있다. 그런 ‘사통팔달’ 잠실구장 인근도 경기가 끝나면 한동안 교통대란을 감수해야 한다. 이럴진대 진해는 어떨 것인가. 해결책이라는 ‘맞춤버스’는 도로 대신 하늘을 날기라도 하는 걸까. 창원시는 이미 1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용지를 바꾸는 건 늦었다고 말한다. 이는 큰돈이지만 1280억 원(예정)짜리 구장을 팬들이 찾지 않는다면 그건 낭비를 넘어 재앙 수준이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멋진 야구장을 지어도 찾아가기 어렵다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창원시는 각종 교통망이 완비되면 진해가 접근성이 뛰어난 지역이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야구장이 문을 열고 수년 뒤에야 접근성을 확보한다면 소용이 없다. 그 사이 팬들은 진해구장을 찾는 걸 포기할 것이다. 창원시는 용지 선정에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접근성을 확보할 진해에 야구장이 아닌 통합시청사를 짓는 건 어떨까. 적어도 2만 명이 넘는 인파가 한꺼번에 시청에 몰릴 일은 없지 않은가. 이미 야구단이 없는 복수의 지방자치단체가 NC를 향해 구애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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