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해성]자유의 소중함 남한사람들 너무 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장해성 국제 펜(PEN) 망명북한펜센터 이사장
장해성 국제 펜(PEN) 망명북한펜센터 이사장
얼마 전 나는 망명북한펜센터 대표의 한 사람으로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제79차 국제 펜 총회에 참석하였다. 회의에서는 창작의 자유를 구속하는 문제, 체제에 항거하는 작가들을 탄압하고 투옥하는 문제 등 많은 일들이 논의되었다. 러시아를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온 작가들은 독재자의 작가 탄압을 성토했고, 이들은 체포당한 이들의 자료와 사진까지 첨부한 탄압 관련 자료들을 폭로하기도 했다.

유독 망명북한펜센터만 간신히 구한 몇 가지 어설픈 자료를 보고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북한에서는 작가 탄압이 적어서 그렇다는 말인가. 물론 아니다. 북한에서는 애초에 독재자에 대한 비판은 물론이고 체제 비판도 허용되지 않는다. 아니 그에 대해 사소한 의문만 가져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진 사람의 행방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작가가 잡혀간 것을 알았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호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국제사회는 북한의 실상을 알게 되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돌아와서 며칠 만이다.

뜻밖에도 이번에는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최고 독재자들이 또다시 어이없는 구실을 붙여 이산가족 상봉을 연기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불과 며칠 전만 하여도 당장 진행된다고 하던 이산가족 상봉이었다. 그 피 말리는 60여 년을 기다려 온 사람들에게 어떻게 찬물을 끼얹는다는 말인가.

그들의 말대로 정말 남한 보수 언론이 저희들 최고 존엄을 건드렸다고 하자. 또 남한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하자. 그래 이설주의 추문을 막는 일이 수십 년 세월을 하루같이 헤어진 혈육을 그리며 잠도 이루지 못했던 사람들의 마지막 희망보다 더 중요했다는 말인가. 물론 나 자신도 그런 북한 체제에 신물이 나서, 자란 고향도 정든 부모형제도 다 버리고 남한으로 온 사람이다. 하지만 그 순간만은 적어도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 자체가 얼굴 뜨거웠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더구나 통탄스러운 일은 지금 이 시각에도 그런 사회주의 좀비인 북한 체제를 이 땅에까지 실현하려 하는 세력이 있다고 하니 정말이지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

북한 체제가 그렇게도 마음에 드는 세력이 있다면 누구도 말리지 않겠다. 어서 그 품으로 가라. 상시적으로 그 땅을 짓누르는 ‘고난의 행군’을 겪어 봐라, 그 속에서 사랑하는 부모와 자식을 잃은 다음 그래도 ‘적기가’가 나오고 ‘혁명동지가’가 나오는지 그때 다시 보자.

사람이 자기가 가지고 있을 때에는 귀중한 줄 모르다가도 잃고 나면 가슴을 친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에는 이미 늦을 것이니 가지고 있을 때 소중한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장해성 국제 펜(PEN) 망명북한펜센터 이사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