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은 김광호 씨 가족의 선택을 존중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0일 03시 00분


북한이 중국 공안에 체포된 재탈북자 김광호 씨 가족 5명을 다시 북으로 데려가기 위해 특별대표단을 중국에 파견했다. 우리 정부는 한국 국적을 가진 김 씨 부부와 자녀의 북송을 막기 위해 18일 영사 면담을 요청했으나 만나지 못하고 있다. 2009년 탈북해 남한에 정착한 김 씨는 남은 가족을 데리고 오기 위해 지난해 10월 재입북했다. 그러나 올해 1월 북한 조선중앙TV에 등장해 남한에서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주장하는 등 북한의 체제 선전에 동원됐다. 방송 출연 이후 김 씨는 가족들을 데리고 재탈북에 성공했으나 중국 공안에 붙잡혔다.

우리 외교부는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마음을 놓기 어렵다. 올해 5월 라오스까지 온 탈북 청소년 9명이 강제 북송될 때도 라오스 주재 한국대사관은 “면담을 시도했으나 라오스 측이 허용하지 않아 불발됐다”고 변명했다. 우리가 손놓고 있는 사이 북한은 이들의 여권을 급조해 라오스 당국에 제시하며 백방으로 뛰어 결국 목적을 달성했다. 이번에도 같은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지난달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탈북자의 인권 문제를 언급하며 강제 북송 문제를 우회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 19일에는 중국 리위안차오 국가부주석이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 민주당 김관영 의원 등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 국적의 재탈북자(김 씨 가족)가 중국에 구금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며 “내용을 알아보겠다”고 관심을 표명했다. 김 씨와 아내, 딸은 남한과 북한 국적을 동시에 갖고 있지만 이들이 다시 북한을 빠져나온 것은 북한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씨 가족에 대해서는 본인의 뜻을 확인해 북한으로 보내지 말고 우리 땅에 데려와야 한다. 김 씨와 함께 북한을 빠져나온 그의 처제와 처남도 희망에 따라 인도적 차원에서 처리하는 것이 옳다.

북한은 우리 사회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집요하게 재입북 공작을 벌이고 있다. 우리 사회가 탈북자들이 남한 땅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작은 통일’이다. 죽음을 각오하고 남한에 넘어온 탈북자를 보듬지 못하면서 남과 북이 더불어 사는 ‘큰 통일’을 말할 수는 없다.
#북한#중국#재탈북자 김광호#북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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