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공진]불평등 건보료 부과체계 정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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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진 한양대 경상대학 학장
사공진 한양대 경상대학 학장
2011년 국민이 건강보험공단에 제기한 보험료 관련 민원은 6363만 건에 달한다. 총 민원건수 중 82%다. 왜 이렇게 불만이 많은 걸까? 보험료를 내는 사람으로서 현행 제도가 불평등하고 불공정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현재 크게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나뉜다.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에 따라, 지역가입자는 소득, 재산, 자동차를 점수화하여 부과하고 있다.

건강보험재정은 하나임에도 가입자들의 부담기준은 이처럼 복잡하다. 이 때문에 당사자 입장에서는 불평등한 부과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퇴직해 지역가입자가 된 베이비부머 세대 중에는 소득이 없어도 보험료를 직장 다닐 때보다 훨씬 많이 내는 경우가 있다. 집과 자동차를 기준으로 매기기 때문이다.

자식이 어느 직장을 다니느냐에 따라 편차는 더 커진다. 소득과 재산이 많은데도 아들딸 건강보험의 피부양자가 되어 보험료 부담을 전혀 안 하는 경우도 많다. 반면 자녀가 무직이면 퇴직자는 지역가입자로서 보험료를 내야 한다. 자녀의 직장 유무에 따라 부모의 보험료 부담 유무가 결정되는, ‘건강보험판 유전무죄 무전유죄’이다.

건강보험 부과체계는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 건강보험료를 더 지우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덜어주는 방식으로 개혁해야 한다. 즉 모든 가입자에게 동일하게 소득 중심의 단일 부과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여기에서 ‘소득’은 근로소득뿐만 아니라 사업, 이자, 배당, 연금, 양도, 상속, 증여소득 등을 모두 포함하는 실질적인 총소득이 되어야 한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듯이, 건강보험료 부과가 있는 것이다.

이런 개혁이 가능할까? 가능하다.

2012년 1월 기준 전체 2116만 가구 중 소득 자료가 있는 가구는 전체의 80%이고 소득 자료가 없는 가구는 20%에 불과하다. 국세청이 보유한 자료를 건강보험법 관련 법률 개정을 통해 확보할 경우 소득파악률은 95%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

건강보험공단의 시뮬레이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런 개혁을 통해 전체 가구의 약 80%는 보험료 부담이 감소하고 20%만이 보험료가 인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 이외에 추가 소득이 높은 일부 고소득 직장가입자와 그동안 소득이 있음에도 자식의 피부양자로 등록되어 보험료를 부담하지 않던 고소득층의 부담률이 높아진다.

건강보험 개혁은 점진적으로는 할 수 없다. 국민의 호응에 기반해 일거에 시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사공진 한양대 경상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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