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중 정상 ‘북핵 불용’ 합의, 실천해야 의미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8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취임 후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갖고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한 청사진이라 할 수 있는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에 정치 안보에서 양국민 교류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해 구체적인 협력증진 방안을 담았다. 형식상으로는 2009년 한미 정상이 발표한 ‘한미동맹을 위한 공동비전’과 올해 5월 박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발표한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을 떠오르게 하는 성과물이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수교 21주년을 맞은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 위해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박 대통령은 3박 4일간의 이번 방중(訪中) 슬로건을 심신지려(心信之旅·마음과 믿음을 쌓아가는 여정)라고 정해 신뢰 증진을 위한 의지를 표현했다. 중국에서도 박 대통령을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라고 부르며 호의를 보였다. 양국 정상은 신뢰와 소통 증진을 위한 구체적 합의를 내놓았다. 상호 방문과 회담, 서한 교환, 특사 파견, 전화 통화 등으로 정상 간 상시적 소통을 추진하고, 한국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중국의 외교담당 국무위원 간 대화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외교장관 교환방문 정례화 추진과 핫라인 가동에도 합의했다. 공동성명 합의사항이 실현되면 북한의 도발과 탈북자 문제 등 긴박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한중이 신속하고 긴밀하게 협의해 공동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시 주석은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 평화와 안정 유지, 대화와 협상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반면에 박 대통령은 “두 정상이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에도 한국은 북핵 불용을 분명히 했으나 중국이 동의했다는 내용은 들어 있지 않다. 시 주석이 이달 초 미중 정상회담에서 했던 것처럼 북핵 불용(不容)에는 동의했으나 북한을 의식해 대외적으로 밝히지는 않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달 초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북한의 핵무기 개발도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한반도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지지한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시 주석 취임 이후 중국에서는 비록 일부 전문가이기는 하지만 남한 주도의 평화적 통일을 지지하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중국 지도자의 평화 통일 거론은 북한의 무력도발과 핵무장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지난달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특사로 보내 중국 설득에 나섰던 북한으로서는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이 북한에 한미와 합의한 북핵 불용 입장을 전하고 개혁 개방의 길로 나오도록 촉구하길 기대한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가속화와 2015년 교역액 3000억 달러 달성 등 양국 경제관계 심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현했다. 정치 안보 분야의 긴밀한 소통과 함께 경제협력 확대는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인 양국 관계를 내실 있게 발전시키는 양대 기둥이다. 한국에서 71명의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이번 방중에 수행한 만큼 경제 분야에서도 알찬 결실이 맺어지기를 기대한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지지를 보냈다. 두 정상은 양국의 협력을 양자 및 지역 차원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 차원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한중이 굳게 손잡고 협력하면 아태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핵 불용#실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