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소비자보호원 독립 못 시킬 이유가 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4일 03시 00분


금융감독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가 금융소비자 전담 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지 않고 기존의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를 지금과 마찬가지로 금융감독원 안에 두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 대신 금감원 부원장보급인 금소처장의 직급을 ‘당연직 금융위원’으로 올려 대통령이 임명토록 하고, 인사권과 예산을 독립시킨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 보호가 이슈가 된 것은 2010년 저축은행 사태 때다. 당시 금융감독 당국은 감독은커녕 이권을 챙기면서 부실을 눈감아 소비자에게 큰 피해를 준 사실이 드러났다. 그렇지 않아도 금융거래의 약관은 금융회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키코(KIKO) 사건에서 보듯 쟁점이 전문적이어서 소비자만 울릴 때가 많다.

더 큰 문제는 금융 감독 기능과 소비자 보호 기능의 이익 충돌이다. 금융 감독은 본질적으로 금융회사의 재무건전성이 우선이다. 금융회사와 금융 소비자 사이에 다툼이 벌어지면 소비자 편에 서서 문제를 풀기가 힘들다. 그래서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을 별도로 만들었고, 영국도 금융청(FSA)을 금융 건전성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청(PRA)과 규제와 소비자 보호를 담당하는 금융규제청(FCA)으로 분리했다. 호주 캐나다 네덜란드 등도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독립시켰다.

독립된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립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여야도 3월 정부조직 개편 협상 때 독립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개편안은 ‘무늬만 개혁’이라는 지적을 듣기 십상이다.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독립시키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TF는 “이 정도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면 3년 뒤에 분리하는 방안을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조직과 권한을 놓기 싫어하는 금융 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국회에는 금소처를 독립된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로 격상시키자는 의원입법안이 올라와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국제적 추세를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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