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곽도영]홈헬퍼, 장애인 엄마들에겐 그림의 떡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활동보조 도우미 쓰면 신청 못해 “아이 교육시키려면 꼭 필요한데…”

곽도영 사회부 기자
곽도영 사회부 기자
1급 시각장애인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전주연 씨(32)는 둘째 아들(2)이 생후 한 달쯤 됐을 때 고열 증상을 보이며 숨을 헐떡이던 날을 잊지 못한다. 일상생활과 가사만 돕는 활동보조 도우미는 장애인 엄마를 대신해 병원에서 간호를 하거나 의사에게 아이의 건강 상태를 설명해 주지 못했다. 전 씨는 첫째 아이를 낳을 때는 산후조리와 아기 양육을 든든하게 도맡아 줬던 ‘홈헬퍼(Home Helper)’가 너무도 절실했다.

기자는 본보 16일자 내러티브 리포트에서 시각장애인 부부가 비장애인 아동을 기르는 일의 어려움을 조명했다. 전 씨는 기자에게 홈헬퍼 서비스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놨다.

“활동보조 도우미를 계속 이용하려면 홈헬퍼는 포기해야 한대요. 장애인이 일상생활을 하는 것과 장애인 엄마로서 아이를 키우는 건 전혀 다른 일인데 서울시는 한 가지로 보는 거죠.”

홈헬퍼 서비스는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장애인 엄마의 어려움을 덜어 주기 위해 2003년 도입한 제도다. 생후 100일 미만 자녀에 대해서는 주 5회 5시간, 그 이후부터 만 7세 미만까지의 자녀에 대해서는 월 60시간 홈헬퍼가 파견돼 임신한 여성 장애인을 돌보고 산후조리와 자녀 양육을 도와준다.

하지만 서울시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2010년경부터 “활동보조 도우미를 이용 중인 장애인은 홈헬퍼를 신청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활동보조 도우미는 장애인마다 한 명씩 배정된 도우미가 정해진 시간만큼 일상생활을 도와주는 서비스다. 전 씨처럼 이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장애인 엄마는 홈헬퍼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홈헬퍼가 필요한 장애인 엄마들이 넘쳐나는데도 신청자는 소수에 그쳐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

‘장애인’만 있고 ‘장애인 엄마’는 고려하지 않는 복지 현실 속에서 장애인들은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

곽도영 사회부 기자 now@donga.com
#홈헬퍼#장애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