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근혜 공약가계부, 실행 가능한 방안 담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7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새 정부 들어 첫 재정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임기 5년간 대선 공약을 어떻게 이행할지와 나라살림을 알뜰하게 꾸려가기 위한 ‘공약가계부’ 논의도 있었다. 경기 침체와 고령화 등으로 돈 들어올 데는 막막하고 쓸 데만 늘어나는 상황에서 17개 부처 장관이 모두 참석해 국가의 곳간 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논의하고 제시하는 자리였다.

정부는 국가채무를 임기 내 국내총생산(GDP) 대비 30%대 중반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쉽지 않은 목표다. 올해 적자국채를 찍어 17조30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짜게 되면 국가채무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34.8%에서 36.2%로 올라간다. 경기가 회복되고 정부 씀씀이를 대폭 줄이지 않으면 임기 내 균형재정은 어려울 것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정과제의 우선순위와 속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당장 임기 5년간 135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공약 재원도 막막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세입을 53조 원 늘리고 세출은 82조 원 줄여 이 돈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경기 침체로 국세 수입에 구멍이 뚫렸다. 이달 말 내놓을 ‘공약가계부’에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재원 확보와 재정 지출 방안이 담겨야 할 것이다. 그래야 불신을 줄일 수 있다.

세금의 효율성을 높이고 중복된 사업에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정부가 일하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국회의원들의 ‘쪽지예산’ 같은 지역구 챙기기를 막는 장치도 필요하다. 민간 기업이 자발적으로 투자에 나서 일자리를 만들면 정부가 쓸 돈은 그만큼 줄어든다.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 기업 투자의 마중물을 붓는 것이 나라 곳간을 채우는 길이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연금과 의료 지출이 늘어나고 경제 활동이 둔화되면 정부 가계부의 적자폭은 커진다. 임기 5년 이후까지 내다보고 선제적 재정개혁을 준비해야 후임 정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국가채무를 제한하는 재정준칙을 법으로 정해 방만한 재정운영을 막는 방안도 실행에 옮길 때가 됐다.

정부는 세목 신설이나 세율 인상 없이 재원을 마련하는 ‘증세 없는 공약 실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세금은 덜 내면서 복지 혜택은 선진국 수준으로 받겠다면 나라 곳간이 견뎌내질 못한다. 복지공약을 고수하려면 누가 얼마나 세금을 더 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증세(增稅) 논의를 늦지 않게 시작하는 게 솔직한 정부다. 복지에는 반드시 비용이 따른다.
#박근혜 대통령#재정전략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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