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김현진]‘전국구’ 뛰어넘는 로컬 패션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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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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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산업부 기자
김현진 산업부 기자
스위스 취리히를 방문 중인 기자는 자동차로 50분 거리의 국경 인접 도시, 독일 콘스탄츠를 잠시 찾았다 흥미로운 관찰을 하게 됐다.

취리히는 부(富)가 집중되는 금융의 중심지답게, 우아한 부르주아 스타일이나 슈트를 중심으로 한 ‘럭셔리 오피스룩’이 대세였다. 자연 경관으로 유명한 콘스탄츠에선 개성이 뚜렷한 스트리트 패션 스타일이 눈에 많이 띄었다. 스위스와 독일에서 16년간 거주한 한 현지 교민은 “취리히 사람들은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관념도 높아, 주변 지역 주민들에 비해 몸매도 더 날씬한 편”이라고 전했다.

한국에서도 도시별로 패션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사실이 최근 본보 보도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본보가 전국 남녀 약 8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자료와 주요 유통업체들의 지역별 소비 특성을 분석해 만든 ‘대한민국 패션지도’에는 각 지역 주민들의 가치관과 성격이 묻어났다.

기사로 전하지 않은 팩트 중에는 오픈마켓 옥션의 매출 분석 결과 경북에선 남성 키높이 용품, 전북에선 남성 트레이닝복, 울산에선 벨리·댄스스포츠용품이 패션 카테고리 내 최다 매출 상품으로 꼽혔다는 것도 있었다. 경북에선 키 큰 남자의 ‘매력 자본’에 대한 관심이 높고, 울산에는 열정적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 많다는 식의 사회학적 해석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패션업계 관계자들에게선 오랜만에 ‘로컬의 힘’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다는 반응이 많이 나왔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와 온라인 마케팅이 대세가 되면서 패션업계는 점점 ‘전국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산업의 특성과 국내 유통 환경을 고려할 때 한국처럼 작은 나라에서 로컬 브랜드가 성공하기는 쉽지 않은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남한의 절반 크기보다 더 작은 땅 스위스에서도 ‘로컬 패션’이 글로벌한 성공을 거둔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취리히 출신의 형제가 만든 브랜드 ‘프라이탁’은 트럭 덮개를 재활용해 가방을 만드는 환경 친화적 브랜드다. 창업자 형제는 비가 자주 내리고, 자전거 인구가 많은 취리히의 로컬 환경에 맞춰 잘 젖지 않고, 두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해주는 메신저백을 만들기 시작했다. 환경친화적 가치와 모던한 디자인에 대한 수요까지 맞물리면서 이 브랜드는 이제 의식 있는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한국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한국어로 노래해 담은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세계적인 히트를 쳤듯, ‘울산스타일’의 댄스스포츠 브랜드, ‘전북스타일’의 트레이닝복이 인기를 끌 날도 올 수 있을까. 로컬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창조 경제가 화두가 된 요즘, 영원히 요원한 꿈으로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김현진 산업부 기자 bright@donga.com
#독일 콘스탄츠#패션업계#로컬 경제#창조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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