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독점적 지위로 억대 연봉, 금융공기업 미안하지 않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7일 03시 00분


금융위원회 산하 9개 금융 공기업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이 8700만 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전자 직원의 평균 연봉 7000만 원보다 24% 많다. 기관별로는 한국거래소가 평균 임금 1억1400만 원으로 가장 많고, 한국예탁결제원 1억100만 원, 코스콤 9500만 원 순이었다.

회사가 이익을 많이 내면 직원들이 봉급을 많이 받는 건 당연하다. 금융 공기업들은 대체로 이익을 많이 낸다. 그러나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서라기보다는 정부가 독점적 지위와 역할을 준 덕분이다. 민간 금융회사들이 영업 경쟁과 실적 부담에 시달리는 데 비해 금융 공기업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 정년도 확실히 보장받는다. 일반 공기업을 ‘신이 내린 직장’이라 하고, 그중에서도 봉급이 많은 금융 공기업을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라고 하는 이유다.

금융 공기업은 노동조합이 강해 확실하게 철밥통을 지키는 데다 정부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온 최고경영자(CEO)들은 노조의 눈치를 보는 바람에 ‘무사 안일주의 경영’이 굳어졌다. 금융 공기업 간부 출신의 한 인사는 “퇴직 고위 공무원이 사장으로 오면 길어야 3년 임기를 채우고 떠난다. 자연히 사장보다 노조가 힘이 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노조가 인사에까지 관여하는가 하면, 임원회의 내용이 곧바로 노조로 흘러가기도 한다.

금융 공기업 직원들이 봉급을 많이 받으면 세금이든 수수료든 국민이 부담해야 할 돈이 많아진다. 공공자본으로 설립한 공기업이라면 직원들이 이익을 독차지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옳다. 이명박 정부는 초기에 금융 공기업 직원들이 너무 많은 임금을 받는다고 해서 대대적으로 임금을 삭감했다. 신입사원 초봉을 깎아 일자리 나누기를 하고 CEO의 연봉도 줄였다. 하지만 사회적 비판이 잠잠해지자 임금과 복지 수준이 다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명박 정부처럼 억지로 임금을 깎는 것도 해답은 아니다. 금융 공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기획재정부 산하 기관을 포함한 수십 개 공기업을 점검해 불필요한 독점 체제가 있다면 경쟁 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금융 공기업들은 국내에만 머물지 말고 금융 산업을 글로벌화하는 데도 앞장서야 한다. 그러자면 전문경영인이 장기 비전을 갖고 소신 있게 경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금융위원회#연봉#금융 공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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