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6만 대 주문 밀려도 특근 못하겠다는 현대차 노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7일 03시 00분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달 하순 휴일특근 근무조건에 합의했으나 노조의 각 사업부(공장) 대표들의 반발로 특근을 못하고 있다. 주간연속 2교대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한 3월 초부터 9주째 특근을 못해 주문이 쌓이고 있다. 현대차 울산 및 아산공장에 밀려 있는 물량은 36만8000대(수출 31만4000대, 내수 5만4000대)나 된다.

출고가 늦어지자 계약을 해지하는 고객도 늘고 있다. 수입차들의 공세를 막아내기 위한 전략 차종 에쿠스는 최근 계약 해지율이 20%에 이른다. 중동 딜러들은 “물건이 없어 못 팔고 있다”고 호소하는 판이다. 최근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엔화 약세 물결을 타고 총공세를 펴는 바람에 현대차는 고객이 대거 이탈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특근 거부로 인한 국내 공장의 생산 차질 등으로 현대차의 올 1분기(1∼3월)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10.7% 줄었다.

노조 내 강성 세력이 특근을 거부하는 이유가 기막히다. 휴일특근을 토요일 오후 5시∼일요일 오전 8시의 밤샘근무에서 주간연속 2교대 근무체제로 바꾸면서 노동 강도도 평일 주간 수준으로 높인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예전의 주말특근은 밤샘작업이어서 평일 대비 70%의 일감만 처리했다. 현대차 국내 공장의 편성효율(적정인원/실제인원)은 53% 수준이다. 53명이 하면 될 일을 100명이 하고 있다는 뜻이다. 베이징현대(87%)나 미국 앨라배마 공장(92%)에 비해 노동 강도가 매우 낮다. 그런데 휴일특근 때는 이마저도 못하겠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실제 이유는 현 집행부와 노선이 다른 현장 노동조직이 집행부 흔들기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9월 노조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위원장 자리를 노리는 노동조직 간 선명성 경쟁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의 계파 간 싸움은 노사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제조업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 확대가 어려운 것은 일부 강성 노동단체의 기득권 지키기 탓이 크다. 그래서 생산라인 증설이 필요하면 기업은 해외로 먼저 눈을 돌린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해소도 기득권 노조가 가로막고 있다. 최근 법제화한 정년 60세도 임금과 고용의 유연화가 이뤄져야 연착륙할 수 있다. 특권 강성 노조는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사람에게도 피해를 준다. 젊은이들은 누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지 알아야 한다.
#현대자동차 노사#휴일특근 근무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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