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낡은 민족주의 뛰어넘어 해외 인재 받아들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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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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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사퇴 김종훈 씨 WP에 기고

《 지난달 4일 한국에서 사퇴를 선언한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31일자 워싱턴포스트(WP)를 통해 소회를 밝혔다. 5일 덜레스 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돌아온 지 26일 만이다. ‘새로운 시대의 낡은 편견’이라는 제목의 기고의 핵심 주장은 한국이 낡은 민족주의를 뛰어넘어 국적을 초월해 인재를 받아들여야 하고 경제적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역동적이고 개방적 이스라엘 경제 모델을 본받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김 전 후보자는 WP에 기고가 실리기 전 동아일보에 보낸 e메일을 통해 “최근의 경험을 숙고하는 데 시간을 보냈고 거기서 찾은 교훈에 초점을 둔 글을 썼다”며 “할 수만 있다면, 이 글로 한국에서의 기억을 잊고 앞으로 내 삶에 정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측근은 “한국 정치에 대한 견해와 장관이 됐다면 만들어 보고 싶었던 새 경제 모델에 관한 생각을 담았다”며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가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미국 신문에 글을 내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 》

"내가 한국의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직을 사퇴한 것은 현재의 한국 정치와 기업 환경에서는 아웃사이더인 내가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한국정치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었던 나는 장관직을 수락할 때 다소 순진했던 것 같다. 정치와 관료, 그리고 산업계의 변화 저항 세력은 내가 미국 국적자이고 따라서 애국심이 부족할 것이라는 추정 하에 반대를 했다. 마녀사냥이라고 비유할 수밖에 없는 신랄한 반응이 인터넷과 심지어 주류 언론에 등장했다. 어떤 이는 나를 스파이라고까지 비난했다. 나의 아내는 유흥주점이 들어 있는 건물을 갖고 있다고 비난받았다.

이 경험에서 내가 얻은 교훈은 국경을 뛰어넘어 인재 자본 아이디어가 넘나드는 세계에서, 여러 국적을 가진 이민자들이 늘어나는 세계에서 민족주의의 가치에 관한 것이었다. 14살 때 미국으로 이민해 '아메리칸 드림'을 추구했던 나의 여정은 비상(飛翔)했고 어려움을 극복하고 안정적이고 사랑스런 가정을 꾸릴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내가 태어난 조국에 대한 사랑도 간직해왔고 수십 년 경제적 기적을 바라보며 자긍심을 쌓아왔다. 그러한 조국에 도움이 되고 싶어 박근혜 대통령의 장관직 요청을 수락했던 것이다.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성취에도 한국은 심각한 도전들에 직면해 있다. 도전에 응대하기 위해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제시했다. 국제 경쟁력이 있는 중소기업들을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출 위주의 대기업을 보완한다는 것이다. 이 모델은 역동적이고 무엇보다도 개방적인 이스라엘의 것과 유사한 어떤 것일 수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국내외의 벤처 자본과 기업들이 결합돼 현기증이 날 정도의 고부가 산업들이 생겨난다. 이스라엘 회사를 이끄는 미국인 집행부, 이스라엘 사람들의 혁신과 기업에 자금을 대는 미국인 투자가, 미국 측 상대방과 거래하는 이스라엘 기업인들을 볼 수 있다.

21세기에 가장 성공적인 국가와 경제는 민족주의와 관련된 오래된 편견을 뛰어넘는 것들일 것이다. 국적에 관계없이 전문가들을 끌어들이고 여지를 주는 이민 정책을 마련할 것이다. 핵심 원칙과 가치 아래 사람들을 결합하면서 다양한 민족성과 충성심을 끌어안는 유연한 문화를 장려할 것이다. 움직이는 세계 시민과 복수의 국적, 초국가적 동반 관계를 만족시키는 법과 제도들을 창조할 것이다."

정리=신석호 워싱턴 특파원 kyle@donga.com
#미래창조과학부#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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