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희석 심기철 우병일 영사, 참 자랑스럽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8일 03시 00분


주우즈베키스탄 한국대사관에 근무했던 영사들이 아무리 바빠도 반드시 틈을 내 찾는 곳이 있었다. 수도 타슈켄트에서 비포장도로를 달려 왕복 10시간이나 걸리는 베카바트의 교도소. 그곳엔 현지인의 한국행 불법 알선을 도왔다는 누명을 쓰고 9년 형을 선고받은 한국인 죄수 황원선 씨가 있었다. 황 씨에게 쌀밥과 불고기를 손수 챙겨 찾아간 이희석 영사,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히지 않자 죽음까지 생각한 그를 다독여준 심기철 영사, “당신에겐 대한민국이 있다. 힘내라”는 격려와 함께 따뜻하게 포옹해준 우병일 영사. 이들은 바통을 이어가며 2009년부터 4년간 황 씨를 돌봤다. 특별사면으로 1월에 석방된 황 씨는 “그들이 있었기에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헌법 2조 2항은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한다. 재외국민을 보호하는 영사 업무가 외교부에서 한직(閑職) 취급을 당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납북됐던 국군 포로가 중국으로 탈출해 한국 영사관에 전화했을 때 담당 영사가 외면한 일도 있었기에 이번 세 영사의 이야기는 더욱 돋보인다. 황 씨 사연을 소개한 본보 기사(3월 16일자 22면)를 본 누리꾼들은 “외교부 비리에 분노했는데 훌륭한 영사들이 있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게 자랑스럽다” “강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는 희망에 감동의 눈물이 난다”는 글을 올렸다.

‘대한민국 국민인 이 여권 소지인이 아무 지장 없이 통행할 수 있도록 하여주시고 필요한 모든 편의 및 보호를 베풀어 주실 것을 관계자 여러분께 요청합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여권 속 문구지만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매주 일요일 오후 11시)에 출연한 한 탈북여성은 “여권 첫 장을 펼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이 문구를 읽을 때마다 뭉클했다. 어딜 가든 대한민국이 날 지켜준다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세 영사는 이것이 박제된 문구가 아님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낯선 땅에서 괴롭고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찾아가 의논할 외교관이 우리 곁에 있었다니 고맙다. 국민이 모처럼 세금 내는 보람을 느낄 것 같다.
#이희석 영사#심기철 영사#우병일 영사#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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