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국세청장, 뇌물 稅吏부터 없애는 게 경제민주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6일 03시 00분


서울국세청 조사1국의 한 세무조사팀 9명이 조사대상 회사들로부터 3억여 원의 뇌물을 받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이 팀은 팀원끼리는 뇌물을 똑같이 나누고 팀장에게는 더 줬다. 세무 공무원의 개인 비리는 종종 있어왔지만 조사팀 전체가 부정을 저지르다가 적발된 것은 처음이다.

국세청장은 정부기관장 가운데 가장 감옥에 많이 갔다. 역대 청장 18명 중에서 8명이 각종 비리에 연루돼 사법처리 되거나 불명예 퇴진했다. 한상률 전 청장이 뇌물 공여 등의 혐의를 받고 미국에서 23개월 동안 도피생활을 할 때 국세청 간부들이 10개 기업을 압박해 ‘자문료’ 명목으로 5억여 원을 받아내 전달한 일이 있다. 국세청의 윤리불감증은 위아래 없이 조직 전체에 만연한 듯하다.

역대 정권들은 예외 없이 세무 비리를 끊겠다고 공언했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다. 거꾸로 권부(權府)는 미묘한 정치 사안이 있을 때마다 국세청을 동원했다. 김대중 정부의 신문사 세무조사, 이명박 정부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세무조사를 통한 노무현 때리기 등이 생생한 사례다. 세금은 국민이 재산권을 놓고 국가와 직접 맞서는 현장이다. 국세청은 ‘내부 비리’와 ‘권력 해바라기’라는 고질병을 고치지 않고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세정이 바뀌지 않는 한 아무리 경제민주화를 외쳐봐야 설득력이 없다.

새 정부는 임기 5년 동안 공약 이행에 들어가는 재원 135조 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탈세를 막겠다고 다짐했다. 국세청은 이를 위해 고액 현금거래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한다. 그에 앞서 세정의 투명화와 세무 공무원의 윤리의식부터 확립해야 한다.

새 국세청장에 내정된 김덕중 중부지방국세청장은 본청 기획조정관 시절에 지방국세청 조사 조직을 관리부서와 집행부서로 분리해 내부 견제를 강화했고, 징세법무국장 때는 악성 체납자를 겨냥한 ‘숨긴 재산 무한추적팀’을 가동했다. 김 내정자는 부패한 세리(稅吏)부터 없애야 한다. 그게 ‘국세청발(發) 경제민주화’의 첫걸음이다.
#국세청장#뇌물#경제민주화#세무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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