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검찰총장, ‘한명숙 무죄’ 자성과 개혁 출발점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6일 03시 00분


새 검찰총장에 채동욱 서울고검장이 지명됐다. 한상대 전 총장이 불명예 퇴진한 지 석 달 보름 만이다. 인사청문회 일정을 고려하면 신임 총장은 다음 달 초에 임기를 시작할 것이다. 신임 총장은 수장(首長)의 장기 공백으로 흐트러진 검찰조직을 다잡는 동시에 검찰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무거운 책임을 안고 있다.

그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5만 달러 뇌물수수 혐의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논란이 많았던 야당의 거물급 정치인 수사가 무죄로 결론난 것은 검찰의 현주소를 말해 준다. 검찰 전체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한 전 총리는 이 사건 수사로 타격을 입었다. 선거 전 1심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여당의 오세훈 후보에게 0.6%포인트 차로 석패했다.

검찰은 뇌물을 줬다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는 바람에 패소했다고 변명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뇌물 공여자의 입만 바라보고 수사를 하다가 완패한 검찰은 무능하다. 물증 없는 수사가 최악의 결과를 낳았음을 총장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 판결 말고도 검찰의 위상은 지금 땅에 떨어져 있다. 그랜저 검사니, 벤츠 여검사니 하는 갖가지 비리가 드러나더니 결국 지난해 부장검사의 억대 뇌물 수수사건, 신임 검사의 여성 피의자 성추문사건 같은 메가톤급 비리가 터졌다.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당시 한 총장은 중수부 폐지를 뼈대로 한 검찰개혁안을 내놓았고, 최재경 중수부장은 반발했다. 두 사람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희대의 검란(檢亂)으로 비화하자 한 총장이 물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위해 중수부 폐지, 대통령 친인척 비리 수사를 위한 특별감찰관과 상설특검제 도입, 검찰 내 차관급 축소 등을 약속했다. 모두 검찰이 기득권을 내놓아야 가능한 일들이다. 신임 총장이 조직이기주의에 사로잡혀 개혁을 거부한다면 대통령보다 먼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검찰 조직원 모두가 제 살을 깎는다는 심정으로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

이명박 정권 내내 권력기관 요직을 지연 학연이 있는 측근들이 독점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은 듯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소위 4대 권력기관장에 동향 동문이나 측근을 배제했다. 지역 안배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지만 권력기관 자리를 안배한다는 것도 옳지 않다. 권력기관일수록 지연 학연을 배제해야 권력형 비리에 엄정하게 대응할 수 있다.
#검찰총장#채동욱#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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