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농수산물 유통 혁신, 이번엔 이뤄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5일 03시 00분


돼지 가격이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축산 농가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러나 시장과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돼지고기값은 별로 떨어지지 않았다. 국내 사육 마릿수와 외국산 돼지고기 수입이 늘었는데도 소비자가격이 비싼 것은 왜곡된 유통구조 탓이다. 공급이 늘어나면 값이 싸져야 소비자의 구매가 늘고 다시 가격이 올라갈 텐데 그러질 않으니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서울 양재동 농협하나로클럽을 방문해 직접 돼지고기를 구입하면서 농수산물 유통구조의 혁신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농산물이 현지에서는 밭을 갈아엎을 정도로 (값이) 낮게 판매되어 고통을 받는데 소비자들은 지나치게 높은 가격 때문에 밥상 차리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유통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직거래 같은 새로운 유통채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농수축산물은 종류와 품질이 워낙 다양한 데다 자연재해에 취약해 관리가 쉽지 않다. 그래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위험을 떠안는 대신에 수익을 얻는 중간유통 상인들이 활동한다. 유통단계가 배추의 경우 6단계, 돼지고기는 7단계나 되다 보니 유통마진이 소비자가격의 50∼70%를 차지한다. 소비자들이 비싼 값에 농산물을 사면 중간상인들만 돈을 벌어가는 구조다.

1990년대 이후 역대 정부는 농수산물 유통구조를 바꿔 가격을 낮추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번번이 공염불에 그쳤다. 중간상인들이 반발하는 데다 생산자조합인 농협이 제 역할을 못하고 직거래 장터가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과 농협이 더딘 걸음을 하는 사이 대형마트들은 물류시설 투자를 늘리고 유통단계를 줄여 소비자가격을 내리는 혁신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산지 직송 물건을 반짝 ‘미끼 상품’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박근혜 정부는 농수산물 유통단계를 2∼4단계로 축소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두고 볼 일이다.

유통단계를 줄이려면 현재 거래의 4%에 불과한 직거래 장터를 늘리고 농수산물도매센터를 지역마다 활성화해야 한다. 가격의 급등락을 막기 위해 미국 호주 등 농업 선진국들처럼 정부와 생산자단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생산과 출하를 조정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도 필요하다. 신용(금융) 사업에 치중했던 농협이 적극 나서야 한다. 지난해 농협의 신용 사업과 유통 등의 경제 사업이 분리된 만큼 지금부터라도 회원들의 농축산물 출하와 판매를 쇄신하는 사업에 매진해야 한다.
#농수산물#유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