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심경욱]단호한 보복적 억제력이 전쟁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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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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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경욱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심경욱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북한의 군사력은 2월 3차 핵실험을 계기로 핵 분야까지 확대됐다. 그런데 문제는 유엔 제재가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 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며, 북한 지도층은 그 엄청난 능력을 실제 사용할 의지가 있음을 거듭 천명하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이제 한국은 핵무기로 무장하고 수백 문의 장사정포와 함께 20만 명의 게릴라들을 우리 전후방에 분산 투입시킬 수 있는 적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애초 북한 핵과학자들을 키웠던 러시아는 1990년대 초반부터 북한 핵은 정권 유지를 위한 정치수단일 뿐, 군사위협이 될 수 없다고 강변해왔다. 북한 핵과학자들의 기술 수준까지도 폄하해온 러시아의 학계는 3차 핵실험을 계기로 이전과는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북한이 원시적이나마 핵탄두의 소형화에 성공했을 거라는 추정 평가를 내놓는가 하면, 미국 중국 러시아 모두에 도전이 되는 북핵 시설에 대해 3국 공동의 정밀타격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안마저 내놓았다. 이렇듯 3차 핵실험 이전과는 판이한 러시아 학계의 태도는 북한 핵이 더이상 단순한 생존 도구가 아니라 실제 위협 수단이 되고 있음을 방증해준다.

북한이 체제 전환이나 정권 붕괴를 비켜 갈 수만 있다면, 멀지 않은 장래에 핵탄두를 소형화함으로써 한반도 및 동북아 안보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군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미국의 핵우산도 핵공격만 억제할 뿐, 핵을 배경으로 한층 더 무모해질 북한의 국지도발까지 예방할 수는 없다.

한국은 여태껏 적에게 선제공격을 허용하거나 영토의 일부를 양보한 다음에야 반격하는 수세적인 방위 개념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핵으로 무장한 북한이 도발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 생존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선제적 방위전략 기조를 토대로 북한의 도발 위협을 조기에 무력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선제적 방위태세가 성공하려면 얼마나 섬세하게 준비하고 엄중하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정찰 감시체계와 정밀유도 체계를 연결함으로써 실시간으로 감시-결심-타격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짧은 ‘킬 체인(Kill Chain)’ 사이클을 가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적의 도발 조짐을 포착하는 순간, 거의 실시간으로 정밀 유도체계로 가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음속보다 빠르고 파괴력 있는 다량의 유도무기들을 운용하여 동시에 타격할 수 있을 때, 인명 피해도 국가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800km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조기 전력화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수호에 대한 군 최고통수권자의 결연한 의지이며, 그의 결정이라면 믿고 따르는 국민의 신뢰다. 핵무장국가에 맞서서 비핵국가가 생존하려면 전쟁을 지휘하는 대통령의 탁월한 리더십과 그 어떤 희생과 피해라도 감내하겠다는 국민의 성숙한 투지(鬪志)가 없어선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아무리 우세한 최첨단 전력을 갖춘 실전형 군대를 갖고 있더라도 김정은 세력이 우리의 결연한 보복적 억제 의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생존을 지키려면 분명히 지불해야 할 대가가 있다. 그 대가를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핵의 위협까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우리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심경욱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북한#핵실험#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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