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용산 개발 정상화 안 되면 피해 최소화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4일 03시 00분


7년 가까이 끌어온 총사업비 31조 원 규모의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이자 52억 원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6월 12일 만기가 돌아오는 원리금을 갚지 못하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나 파산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정도의 자금력과 사업 추진력으로 어떻게 31조 원이나 되는 초대형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겠다고 덤빈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 부도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도 최대 주주인 코레일과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은 책임 공방에 급급하다.

개발만 하면 무조건 돈을 번다는 부동산 거품에 현혹돼 2006년부터 무리하게 추진했던 사업이 남긴 후유증은 크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던 용산 개발이 무산되면 30개 출자사들은 1조 원대의 자본금을 날리게 된다. 개발사업으로 부채를 갚으려고 했던 코레일의 손실도 피할 수 없다. 개발 지역에 포함돼 재산권 행사를 못해온 서부이촌동 2300가구 주민의 반발도 예상된다. 책임 공방과 지루한 줄소송이 이어질 것이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도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출자사들은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책임을 분담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요즘 같은 부동산 침체기에 이처럼 큰 대형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용산 사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사업 규모, 사업 방식, 실행 주체, 자금 조달 방식을 재평가하고 사업성을 높이는 방안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 출자사의 고통 분담 없이는 파산 같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 아직은 사업초기 단계다. 감당할 수 없다면 응분의 책임을 지고 사업을 접을 각오까지 해야 한다. 출자사들끼리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에서 민자개발 사업에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하면 ‘대마불사(大馬不死)’의 도덕적 해이를 키우고 세금으로 뒷돈을 대주는 꼴이 될 것이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주민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과거 영국 런던 템스 강변의 카나리워프 개발 사업이나 미국 뉴욕 허드슨 강변의 배터리파크도 개발 과정에서 자금 조달과 분양이 어려워 개발 회사가 파산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대형 도심 재개발에 따르는 위험은 그만큼 크다. 공기업인 코레일이 국민의 자산을 이용해 위험 부담이 따르는 부동산 개발에 직접 뛰어들게 된 경위와 책임 소재를 철저히 가려야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전국에 부동산 호황기에 추진했던 민관(民官) 합동 개발 사업도 한둘이 아닐 것이다. 전면적인 실태 조사나 감사가 있어야 제2, 제3의 도심 재개발 파산사태를 막을 수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자산담보부기업어음#채무불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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