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FTA 1년, 44% 늘어난 대미 무역흑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1일 03시 00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15일 발효 1년을 맞는다. 우리 경제는 지난해 세계경제의 침체 속에서 대미(對美) 교역을 늘리고 연간 무역 1조 달러를 수성했다. 과감하게 빗장을 풀어 세계 1위의 경제대국 미국을 우리 경제 영토로 끌어들이는 ‘경제 고속도로’를 닦아놓은 효과다. 경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한미동맹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정치적 외교적 성과도 거뒀다.

단기적인 평가이긴 해도 한미 FTA 1년의 성적표는 ‘개방만이 살길’이라는 통상 국가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불황 속에서도 한미 FTA 발효 이후 올해 1월까지 자동차 부품, 섬유 등이 호조를 보이며 대미 수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67% 늘었다. 대미 무역흑자는 44% 증가했다. 피해를 염려했던 농업 분야는 수입이 감소한 반면 김 김치 음료 등의 수출은 늘었다. 미국 유럽연합(EU) 아세안과 같은 세계 3대 경제권과 FTA를 체결한 한국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고 외국인 투자자가 늘어난 것도 수확이다.

그동안 한미 FTA를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았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던 한미 FTA 반대론자의 주장은 일단 빗나갔다. 반대론자들이 미국과의 FTA 실패 사례로 거론하던 멕시코가 사상 최대의 대미 흑자를 내고, 대미 교역 2위 자리를 놓고 중국과 경쟁할 정도로 성장한 것도 주목해야 한다.

우리가 애써 시장을 연 뒤 결과적으로 남 좋은 일만 시키지 않으려면 FTA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FTA로 관세 혜택을 보는 수출은 전체의 60%대에 그친다. 1000원어치를 수출하면 587원만 우리 몫일 정도로 수출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미국 일본 중국보다 낮다. 중소기업의 수출 활로를 뚫어주고, 단순 조립가공 형태의 수출을 부품과 소재로 다변화해야 FTA 효과가 커진다. 지난해 미국 농산물 수입 감소는 광우병 여파와 가뭄이 원인이었다. 농축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중 FTA와 같은 새로운 돌파구를 열 수 있다. 수입품 값의 인하를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도록 시장 감시에도 소홀함이 있어선 안 된다.

한미 양국이 경제 위기를 핑계로 보호무역의 담장을 높게 치지 않고 개방을 계속해온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다. 하지만 미-EU FTA가 가시화하고 일본까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적극 나서면 한국의 선점 효과는 줄어든다. 한미 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보완,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등의 문제도 풀어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 추가 개방 압력 역시 거세질 것이다. 한미 FTA 1년을 맞아 정치권과 국민이 국익을 극대화하는 길을 찾아내야 할 때다.
#한미 FTA#무역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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