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월평균 1억 원 보수, 전관예우가 아니면 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8일 03시 00분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의 재산이 13일 공개됐을 때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정 후보자는 공직을 퇴임한 후 법무법인에서 2년 동안 6억7000여만 원을 받았다. 총리실은 “30년 이상 법조인으로 일한 경력을 감안하면 과한 보수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법조인들도 “한 달에 3000만 원이면 많은 액수가 아니다. 사건 수임은 하지 않고 자문만 한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연간 3000만 원도 아니고 월 3000만 원이 많은 게 아니라는 주장을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월 3000만 원이 많은 보수가 아니라는 건 사실이었다. 그 후 발표된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2011년 8월 부산고검장 퇴임 후 한 달 만에 로펌에 고문변호사로 취업해 17개월간 16억 원을 받았다. 한 달 평균 1억 원을 받은 셈이다. 서영교 민주통합당 의원은 “1년 반 동안 받은 수임료가 28년 공직생활 동안 모은 재산보다 많다는 것은 전관예우(前官禮遇)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2011년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낙마한 이유 중 하나도 로펌에서 7개월간 7억 원을 받은 사실이었다.

전관예우는 퇴직한 판검사들이 변호사 개업을 해 사건을 맡았을 때 현직 판검사들이 ‘나도 언젠가는 옷을 벗을 텐데…’라는 생각에서 변호사를 잘 봐주는 것을 뜻한다. ‘돈으로 형량을 사고파는 범죄’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변호사법을 개정(일명 전관예우금지법)해 2011년 5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판검사 출신 변호사는 퇴직 전 1년간 일했던 법원과 검찰 소관 사건은 1년 동안 수임하지 못한다.

법이 시행된 지 2년 가까이 지났지만 전관예우가 없어졌을까. 최종 근무지가 아닌 곳에서 개업한 뒤 전화로 힘을 쓰는 ‘원격 변호’라는 말도 있고, 선임계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쪽지 청탁’이나 소송전략 자문 등을 통해 음성적 전관예우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일부 판검사가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전관을 오히려 역(逆)차별한다’라는 주장도 있지만 일반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황 후보자 측에서는 전관예우로 번 돈이 아니어서 ‘억울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월 1억 원은 과거의 공직 경력을 토대로 받는 보수이며 일반인들이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고액임에 틀림없다.

일본에선 전관이 퇴임 후 변호사를 개업하는 행위 자체를 부도덕하게 여긴다. 미국은 현직 판검사가 전관 변호사를 식당에서 우연히 만나도 합석하지 못할뿐더러 마주친 사실까지 반드시 상급자에게 보고해야 할 만큼 윤리기준이 엄격하다. 우리도 전관예우 논란이 일지 않도록 처벌 조항을 넣는 등 관련 법규를 강화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전현직 법조인을 막론하고 높은 윤리의식을 갖고 처신하길 요구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전관예우#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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