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 당선인, 김용준으로 밀봉·불통 인사 끝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30일 03시 00분


두 아들의 병역 면제와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휘말린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어제 전격적으로 사퇴했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위신과 신뢰가 큰 손상을 입게 됐다. 이번 사태는 ‘철통 보안’ 속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극소수 측근만이 검증에 참여하는 당선인의 인사 방식 탓에 생긴 불행이다. 낙점된 인물의 이름을 테이프로 붙인 황갈색 봉투에 담아오는 모습을 빗대 ‘밀봉(密封)인사’라는 말까지 나왔으나 바뀐 것은 없었다.

보안을 지키는 것도 어느 정도다. 김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놓고도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런저런 얘기가 오갔다고 한다. 다양한 자료와 다각적인 경로로 검증하고 폭넓게 의견을 들었다면 사전에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 각 부처 조각(組閣) 과정에서도 ‘제2, 제3의 김용준’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제부터라도 공직 후보자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도록 인사검증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예전에는 다 그러지 않았느냐’는 식으로 보면 곤란하다. 나라가 점점 발전해 공직자에 대한 기대수준이 많이 올라갔다. 김 후보자의 낙마는 국민의 눈높이가 달라졌음을 상징한다. 김 후보자는 1988∼1994년 대법관을, 1994∼2000년 헌법재판소장을 지냈지만 당시에는 인사청문 제도가 없어 꼼꼼한 검증을 받지 않았다. 의혹을 떠나 일각에서는 총리보다 서열이 높고, 엄격한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헌법재판소장 출신이 총리가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앞서 최대석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도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사퇴했고, 인수위의 윤상규 하지원 청년특별위원도 과거 행적 문제로 물러났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국회 인준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 당선인의 첫 인사였던 윤창중 수석대변인 기용을 놓고서도 논란이 거셌다. 공직 후보자의 인사 실패가 반복되면 새 정부의 최대 무기라 할 수 있는 국민적 지지와 추진력이 떨어진다.

총리 인선이 늦어져 새 정부 조각 일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총리와 각료 인선은 국회의 임명동의나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총리 임명동의안을 내면 국회는 20일 이내에 처리해야 하므로 대통령 취임일(2월 25일)까지 순조로이 총리 선임을 마치려면 2월 5일까지는 임명동의안을 내야 한다. 박 당선인은 헌법 규정대로 장관 인선을 총리 후보자와 협의하겠다며 김 후보자를 비교적 일찍 지명했는데 그의 사퇴로 조각 일정도 빠듯해졌다.

이명박 정부도 같은 문제에 걸려 한승수 초대 국무총리가 정권 출범 나흘 후(2008년 2월 29일)에야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마칠 수 있었다. 또 장관 후보자들이 인사청문 과정에서 낙마하거나 청문보고서 채택이 끝나지 않아 새 정부의 첫 국무회의에 노무현 정부 장관 3명을 대신 참석시키는 편법을 썼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박 당선인은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새 총리 후보자를 내고, 국무위원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도 서둘러야 한다.
#박근혜 당선인#김용준 총리 후보#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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