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死地로 돌아가는 탈북자들, 우리 쪽엔 문제없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6일 03시 00분


북한이 그제 재입북(再入北) 탈북자 4명을 내세워 남한을 비판하고 북한을 찬양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해 6월 북한으로 돌아간 탈북자 박정숙 씨 이후 7개월 만에 4번째 재입북이다. 인간다운 삶을 찾아 탈출했던 탈북자들이 사지(死地)로 되돌아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북한이 북에 남아 있는 가족을 협박했거나 치밀한 공작으로 남한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재입북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재입북 공작은 2만4000명을 넘어선 국내 정착 탈북자들의 불안 요인이다. 탈북자들이 언제 북한의 마수가 다가올지 몰라 전전긍긍한다면 안정된 생활을 하기 어렵다. 탈북자 사회는 2주일 전 검거된 화교 출신 위장탈북간첩 사건으로 크게 술렁이고 있다. 남한 국민의 눈총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탈북자들이 북한의 집요한 공작에까지 노출되면 자유를 찾았다는 안도감은 사라진다.

그렇지 않아도 탈북자들은 국내 정착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적 고통이 크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의 2011년 하반기 조사 결과 국내 정착 탈북자의 실업률은 12.1%로 전체 국민 실업률(3.7%)의 3.3배였다. 경제 활동 중인 탈북자의 33.7%는 월평균 100만 원 이하를 버는 저소득층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 통계에 따르면 영국 603명, 독일 193명 등 각국에 1000여 명의 탈북자가 난민 자격으로 살고 있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외국으로 이주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국 사회의 냉대를 견디지 못해 탈남(脫南)한 탈북자들이 대부분이다.

그제 기자회견을 한 재입북 탈북자는 탈북할 때 약속했던 브로커 비용을 지불하지 못해 집을 뺏겼다고 주장했다. 북한 당국의 처분에 생사를 맡긴 그의 말을 온전히 믿을 수는 없지만 거의 모든 탈북에 브로커가 개입하는 것이 사실이다. 탈북자들은 600만 원의 정착금을 받지만 절반 이상을 브로커에게 떼어주고 남한 생활을 시작한다. 생계가 막막하면 탈북자의 불안과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탈북자의 정착과 적응을 돕는 것은 ‘작은 통일’을 이루는 과정이다. 사선을 넘어온 탈북자를 끌어안지 못하면 남과 북이 더불어 사는 ‘큰 통일’은 꿈으로 그치고 말 것이다. 탈북자들이 최소한 남한의 평균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 대책을 개선해야 한다. 안보 차원에서 북한 공작원이 위장 탈북해 염탐을 한 뒤 재입북하는 사례도 막아야 한다. 탈북자 정책이 정교해져야 굶주림과 억압을 벗어나려는 탈북 행렬을 막기 위해 발버둥치는 김정은 정권을 무력화할 수 있다. 탈북자들도 북한 정권이 일시적으로 이용하고 나면 배반자라고 처단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북한#탈북#재입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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