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마트, 無노조가 능사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6일 03시 00분


국내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가 시대에 뒤처진 ‘무(無)노조 경영’을 하기 위해 근로자들을 감시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마트의 노무 담당 간부는 내부 문건에서 노조 추진세력을 “최대의 적”이라고 규정하고 “이들이 세력을 결집하면 징계나 해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고 썼다. 직원들을 MJ(문제), KS(관심), KJ(가족), OL(오피니언 리더) 등으로 분류한 후 MJ 및 KS 사원을 ABCDE 5등급으로 나눠 사찰했다. 그 결과 2012년 10월 조합원 3명으로 출범한 이마트 노조는 현재 2명이 해고됐고, 1명은 강등된 상태다.

이마트는 탈법 불법을 감추기 위해 고용노동부 경찰 공정거래위 노사정위 등 관련 공무원 수백 명의 명단이 적힌 ‘명절선물 리스트’를 챙겼다. 이마트 일산 탄현점 기계실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4명이 숨진 사고에 대해 지방근로감독관으로부터 “직접 협상에 나서지 말고 하청업체를 앞세워 보상하게 하며, 최소한 3차례 정도는 (유가족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마지막에 도의적으로나마 장례비는 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라”는 조언을 받았다. 성과 부진 인력의 강제 퇴출, 유력 인사 자제에 대한 취업 특혜, 사내 하청 불법파견과 이를 은폐한 의혹 등도 제기됐다.

헌법 33조에 규정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부인한 이런 행위는 준법경영과는 크게 어긋난다. 글로벌 종합유통기업을 지향하는 대기업이라면 앞장서서 우리 사회의 법규를 지켜야 할 것이다. 무노조 경영에 집착하는 것도 낡은 경영 방식이다. 노조를 인정하면서 합리적인 노조와 손을 잡고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들도 많다.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에서 일부 근로자들이 정치권을 끌어들여 노사 현안을 정치공방으로 변질시킨 것도 잘못이다. 하지만 당국이 눈감아주는 가운데 사용자들이 근로자들의 합헌적 합법적 권리를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고용부는 최근에야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하는 한편 공무원 유착 의혹에 대해 감사를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뭘 했는지 궁금하다. 모르고 있었다면 무능이고 알고 있었다면 공범이나 다름없다.

이마트뿐 아니라 신세계건설, 스타벅스 등 신세계그룹의 다른 계열사들도 그룹 지시에 따라 노조 설립 저지 모의훈련 등을 한 정황이 있다고 한다. 신세계그룹과 이마트는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져야 한다. 이미 재벌빵집, 탄현점 화재 사건 등으로 잇따른 물의를 일으킨 이마트다. 신세계는 ‘윤리경영’을 경영의 핵심원칙으로 표방하는 기업이다. 준법경영은 윤리경영의 첫걸음이다.
#이마트#노조#쌍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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