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파에 스러지는 슬픈 이웃 없어야 복지국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7일 03시 00분


새해 벽두부터 몰아닥친 한파 속에서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3일 광주에서 보일러를 끄고 전기장판을 약하게 틀어놓은 채 잠들었던 70대 할머니가 저(低)체온증으로 사망했다. 보일러에는 자식들이 넣어준 등유가 가득했지만 기름값을 아끼려다 변을 당한 것이다. 2일에는 서울 마포구 노고산역 공중화장실에서 노숙인이 동사한 채 발견됐다. 취임 이후 ‘노숙인 사망 제로’를 치적으로 내세운 박원순 서울시장이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번 겨울의 기록적인 한파는 지구온난화가 원인이다. 지구가 따뜻해져서 우리나라에 맹추위가 온 것이다. 북극 상공에서는 제트기류가 소용돌이치며 회전하는데 주기적으로 강해졌다 약해졌다를 반복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온난화로 북극 기온이 올라가면서 제트기류가 바깥쪽으로 확장되는데 거기서 밀려난 북극의 찬 기운이 한반도로 밀어닥쳤다. 일부 원자력발전소의 가동 중단으로 전력 사정이 좋지 않은 데다 혹한까지 계속돼 겨울나기가 만만찮다.

에너지 사정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사회적 취약계층을 ‘차가운 죽음’으로 내모는 것은 국가의 수치다. 정부는 연탄을 사고 전기 도시가스 지역난방을 이용할 때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적절한 체온이나 취사 난방까지를 위한 대책으로는 부족하고 가구별 계절별 특성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생계급여에 광열비를 포함해 지급해도 이용자가 더 급한 용도에 씀으로써 난방을 못하는 사례도 있다.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에너지 바우처 등을 지급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

이웃의 따뜻한 관심과 손길도 절실하다. 남극의 황제펭귄들은 바짝 붙어선 채 먹지도 자지도 않으며 영하 50도 칼바람으로부터 알을 품어 보호한다. ‘허들링’이라는 펭귄의 독특한 군집(群集)은 내부 기온을 외부보다 10도 이상 따뜻하게 만든다. 찬 바람을 직접 맞는 바깥쪽 펭귄과 상대적으로 덜 추운 안쪽의 펭귄들이 교대를 해가며 생명을 유지한다. 동물들조차 서로 온기를 나눔으로써 한파를 견뎌내는 것이다.

작년 11월에는 전남 고흥에서 전기요금을 못 내 전기가 끊기는 바람에 촛불을 켜놓고 잠자던 할머니와 여섯 살 외손자가 화재로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여야가 경쟁적으로 복지확대를 부르짖는 이때, 한파로 목숨을 잃는 이웃이 생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재발을 막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이 시급하다. 한겨울 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소외계층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 아쉬운 요즘이다.
#한파#복지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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