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빠른 조각, 충분한 검증, 산뜻한 출범을 기대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7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어제 현판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원들과의 상견례에서 “책임감 있게 일해 줬으면 좋겠다. 가장 모범적인 인수위가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전 인수위가 마치 점령군처럼 행세하거나 설익은 정책들을 마구 쏟아내는 월권을 저지른 전례를 의식한 당부일 것이다. 박근혜 인수위가 비록 출범이 늦긴 했지만 내실 있는 운영으로 훗날 가장 모범적인 인수위였다는 평가를 받길 기대한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인수위 운영이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점이다. 박 당선인은 1차 인수위 인사 때와 마찬가지로 2차 인수위원 인선 때도 ‘깜깜이 인사’를 반복했다. 인수위원들의 인선 배경에 대한 설명은커녕 직함 외에는 프로필도 제공하지 않았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어제 인수위 첫 전체회의에서 대외 공보창구를 대변인으로 일원화하고, 비밀을 누설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쓰라고 강조했다. 내부 입단속을 한 셈이다. 인수위가 이전과 달리 자문위원을 두지 않기로 한 것도 ‘보안 유지’ 때문이라고 한다.

‘미스터 쓴소리’로 알려진 조순형 전 의원은 어제 본보 인터뷰에서 “당선인이 직접 국민 앞에서 계획과 근황을 설명한 적이 없다. 각종 인선 내용과 배경도 직접 발표했더라면 권위주의적이란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고언(苦言)했다. 윤창중 대변인이 야당의 인선 비판에 대해 기자회견까지 예고한 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유감”이라고 반박한 것도 적절치 못했다. 인수위 인사에 이어 운영까지 국민과의 불통(不通)으로 비친다면 자칫 새 정부의 신뢰 추락과 첫 내각의 파행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2008년 3월 3일 열린 이명박 정부의 첫 국무회의는 기형 그 자체였다. 남주홍 박은경 이춘호 씨 등 3명의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낙마한 데다 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보고서가 미처 채택되지 않아 헌법상 국무회의 구성 요건인 ‘15인 이상의 국무위원’을 참석시킬 수 없었다. 이 대통령은 하는 수 없이 노무현 정부의 국무위원 4명을 대신 참석시키는 편법으로 첫 국무회의를 열었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한승수 씨는 정권 출범 후 나흘 만인 2월 29일에야 국회 임명동의를 받을 수 있었다. 모두 소통 부족과 부실한 인사검증 때문이었다.

정권 인수인계 기간이 2개월 이상 되는데도 산뜻하게 새 정부를 출범시키지 못한다면 당선인의 책임이다. 총리와 각료 인선은 국회의 임명동의나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야 하고 정부조직 개편은 법까지 바꿔야 한다. 박 당선인이 2월 25일 취임과 동시에 곧바로 일할 수 있는 정부를 출범시키려면 ‘깜깜이 인사’를 고쳐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정부조직 개편과 조각도 가능한 한 서둘러야 할 것이다.
#대통령 인수위#현판식#검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