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대통령 외교안보 역량 떠보는 北 군사모험주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4일 03시 00분


5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의 승자는 핵과 미사일 개발을 통해 군사적 모험주의로 치닫는 북한의 김정은과 맞서게 된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은 승리의 기쁨보다 무거운 책임 앞에 몸을 던질 각오를 해야 한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두 후보에게 제시된 시험지라고 할 수 있다. 두 후보는 그제 한목소리로 미사일 발사를 비판했다. 박 후보는 “대한민국에 대한 도발일 뿐 아니라 세계에 대한 도발”이라고 규정했다. 문 후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 후보는 거기서 그쳤다. 도발과 결의 위반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성공’이라는 중대한 안보위기가 닥쳤는데도 유력 대선후보들이 하나 마나 한 소리를 내놓는 것은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두 후보는 ‘집권하면 남북관계가 물 흐르듯 풀릴 것’이라는 환상에 젖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박 후보는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 한반도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한 ‘비전 코리아 프로젝트’ 가동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문 후보는 취임 첫해 남북 정상회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실현, 남북경제연합 구축 등을 나열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 대북(對北) 제재조치 해제도 문 후보의 약속이다. 당장 닥친 미사일 위기를 해소할 해법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그 많은 공약을 실천하겠다는 것인가.

김정은이 차기 대통령이 손을 내밀기만 하면 덥석 맞잡을 사람이라면 대선을 앞두고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정은은 박, 문 후보의 요란한 공약에도 관심이 없다. 두 후보는 오판을 반성하고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어떻게 국민을 보호할 것인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김정은에게 경고 한마디 못하는 후보는 국민의 선택을 받을 자격이 없다.

약간의 시차를 두고 남한 미국 중국 일본의 최고지도자가 일제히 바뀌게 된다. 중국에서는 시진핑 체제가 북한을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집권 2기를 맞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 서부까지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탄두를 개발하는 북한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일본도 16일 총선에서 국가주의 이념의 우파 정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미-중-일이 동시에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격변기에 우리 지도자가 북한 미사일과 핵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역량과 의지를 보여줘야만 다른 나라에 휘둘리지 않고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확보할 수 있다.
#대통령#외교안보#군사모험주의#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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