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 진정한 개혁만이 답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30일 03시 00분


검란(檢亂) 파동 속에 한상대 검찰총장이 오늘 검찰개혁안을 발표하고 사표를 제출하기로 했다. 9억 원대 뇌물비리 검사, 여성 피의자와의 성 추문 검사 파문으로 조직이 만신창이가 된 상황에서 검찰개혁 방안을 놓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공개적인 항명(抗命)사태까지 벌어진 끝에 내는 사표다. 대검 차장 이하 간부들의 용퇴 요구가 있었고 일선 검사들이 각 지검 단위로 연판장을 돌릴 움직임까지 보였다. 한 총장이 재신임을 묻겠다고 한 만큼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도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영(令)이 서지 않는 검찰총장을 계속 붙잡고 있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사표를 수리해 총장을 공석으로 놓아둘 수도 없는 진퇴양난(進退兩難)이다.

한 총장이 내놓을 자체 개혁안에는 중수부 폐지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최재경 중수부장이 반발한 직접적 원인은 최 부장이 9억 원 수뢰 의혹을 받고 있는 검사에게 보냈다는 휴대전화 메시지에 대한 대검의 감찰 착수였지만 두 사람의 갈등은 중수부 폐지를 둘러싼 이견에서 비롯됐다. 한 총장은 개혁의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검찰총장 직속으로 총장의 하명(下命)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중수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지만 최 부장은 “한 총장 개인이 살기 위해 조직을 해치려 한다”며 반발했다.

중수부 폐지 논쟁이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한 총장이 내부 조율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혁안을 밀어붙여 분란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한 총장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지만 새 정부 출범을 고려할 때 사실상 임기를 3개월 앞두고 있다. 강력한 개혁안을 밀어붙이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중수부 폐지에 반발하는 검사들도 1981년 이래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면서 벌어졌던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대해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치인 수사영장이 기각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중수부가 수사한 사건의 1심 무죄율(9.6%)은 일반 사건 무죄율(0.36%)보다 월등하게 높다. 거대 권력이 돼버린 검찰은 제 식구 비리 수사에는 소홀했다. 검사들의 중수부 폐지 반대가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집단심리에서 나온 것이라면 명분이 약하다. 대통령 친인척, 중앙부처 차관급 이상 고위관료, 판검사 등에 대한 수사를 전담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이나 상설특검이 정치권의 공약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할 일만도 아니다. 검찰이 제 살을 도려내는 진정한 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외부에서 메스가 가해질 수밖에 없다.
#검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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