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엔은 8년 연속 北 인권결의, 한국 국회는 침묵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9일 03시 00분


유엔 총회는 그제 2005년 이래 8년 연속 북한 인권결의를 채택하면서 처음으로 표결 절차 없이 ‘컨센서스’(의견 일치) 방식으로 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이 너무 심각해 아예 표결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보여준 것이다. 유엔 결의 대상인 북한도 이번 결의를 표결에 부치자고 제안하지 못했다. 베네수엘라 쿠바 중국 등이 채택에 반대한다며 ‘컨센서스’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북한이 인권 지옥이란 사실까지 부정하진 못했다.

이번 결의는 “북한의 지도부 교체에도 불구하고 북한 인권 상황이 지속적으로 심각하게 악화하고 있다”고 분명히 규정함으로써 지난해 말 출범한 김정은 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폭력 등 북한 내 심각한 인권 침해에 대한 우려와 중단 촉구, 탈북자와 관련한 ‘강제송환 원칙’ 존중, 납북자 문제의 조속한 해결 촉구 등도 내용에 담겼다.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를 내며 북한의 인권 상황을 우려하고 있으나 북한 정권은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의 공원화 작업을 위해 주민들에게 ‘충성자금’ 기부를 강요하고 군부대가 먹을 ‘애국미’를 바치라고 강제한다. 3대 우상화 작업에 혈안이 돼 주민들을 노예나 소작농 정도로 여기지 않고서는 자행할 수 없는 폭정이다. 해외에서 송환된 탈북자에게 가해지는 처벌의 강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실패국가’ 북한의 처참한 인권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중국이 “일개 국가를 특정해 인권결의를 채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컨센서스’ 채택에 불참한 것은 실망스럽다. 중국은 이번 유엔 결의에 명시된 대로 탈북자 강제송환을 즉각 중단하고, 미국 캐나다는 물론이고 유럽 각국의 의회 증언대에 선 탈북자들의 절규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새롭게 출범한 중국의 5세대 지도부가 주요 2개국(G2)다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

우리 국회도 북한 주민의 인권과 탈북자 보호를 위해 발의한 ‘북한인권법’을 여야 합의로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내년부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는 한국이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 문제에 대해 북한의 특수성을 핑계로 침묵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유엔#북한#인권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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