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익단체 봐주기 ‘短見 입법’ 한심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3일 03시 00분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법안에 반대해 어제 오전 4시부터 시작된 버스업계의 파업이 2시간여 만에 철회됐다. 이날 국회 본회의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법 개정안’(일명 택시법)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김황식 국무총리와 강창희 국회의장의 요청으로 상정이 일단 연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택시업계의 대응이 심상치 않다. 택시업계는 택시법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올 6월 같은 택시 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국회가 공연히 벌집을 건드려 분란을 일으킨 꼴이다.

여야는 “정부가 납득할 만한 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택시법안을 12월 임시국회에서 2013년 회계연도 예산안과 동시 처리하겠다”며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다. 택시법안의 핵심은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에 포함시켜 버스처럼 각종 정부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정부가 택시기사의 봉급 가운데 매달 30만 원씩만 보조를 한다고 쳐도 연간 1조2000억 원의 혈세 투입이 불가피하다. 대선을 앞둔 여야는 택시업계의 선심을 사느라 급급해 후유증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이 소수의 목청 큰 이익집단에 휘둘리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택시업계는 종사자 30만 명이 결집된 세력이다. 가족을 합하면 100만 명이다. 선거철이면 ‘달리는 선거방송국’이라고 할 만큼 택시 안에서 의견 교환이 빈번하게 이뤄진다. 정치인들이 외면할 수 없는 이익집단인 셈이다. 그러나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면 이를 발판으로 버스전용차로 진입, 택시기사 임금 지원 같은 요구를 할 것이다. 버스전용차로는 택시가 진입하면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된다. 교통 정체와 혼잡의 부작용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민주통합당은 “택시법에는 택시의 버스전용차로 진입을 허용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택시가 대중교통으로 분류되면 이 문제가 언제든 불거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소수 이익단체의 입법 및 정책 로비에 넘어가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다수의 힘없는 서민이 피해자가 된다. 버스 이용객 역시 서민들이다. 청원경찰들이 처우를 개선하는 법을 만들어 달라고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준 ‘청목회 사건’은 이익단체가 어떻게 정치권을 주무르는지 보여준 사례였다. 유권자들이 국민보다 이익단체를 위해 앞장선 정치인들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해 선거 때 표로 심판해야 한다.
#택시#대중교통#이익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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