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표 의식한 택시 선심 지원, 후유증 생각 않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9일 03시 00분


국회 국토해양위원회가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에 포함시키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치권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택시업계의 숙원(宿願)을 들어준 것은 30만 택시 운전사의 표와 여론 전파력을 의식해서일 것이다. 버스업계는 향후 택시업계가 버스처럼 준공영(準公營)제 수준의 재정 지원과 버스전용차로 운행 허용을 요구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버스업계는 “본회의에서 법안이 확정되는 사태가 일어나면 운행을 중단하겠다”고 반발했다.

버스는 승객이 적은 노선이라도 손해를 감수하고 운행해 준공영의 성격을 지닌다. 정부와 지자체는 그런 버스업계에 매년 1조 원 이상을 지원한다. 택시는 10대 중 7대가 개인택시다. 택시가 자가용을 덜 끌고 나오게 해 일정 부분 대중교통 역할을 한다고 해도 자영업 성격의 택시에 버스 같은 대중교통 지원 정책을 쓰다가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당국의 요금 규제로 우리 택시 요금은 선진국에 비해 저렴하다. 그 대신에 휘발유보다 싼 액화석유가스(LPG)를 연료로 쓰게 하고 개별소비세도 면제해 준다. 부가가치세,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 지원과 같은 혜택도 있다. 지금도 택시업계는 연간 수천억 원을 지원받고 있지만 준공영제로 전환하면 막대한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 가뜩이나 버스 지원금이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자체를 압박하는 마당에 세금으로 택시 운전사의 봉급까지 지원하라는 요구가 나온다면 국민 동의를 얻기 어렵다.

버스와 지하철의 승객 분담률이 증가하면서 택시업계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증차(增車)를 계속하는 바람에 아파트 단지나 지하철역 주변에선 빈 택시들이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요금을 올려 주면 사납금도 덩달아 올려 운전사들의 열악한 처우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재정으로 택시 적자를 보전해 주면 구조조정과 경영 합리화의 동인(動因)이 줄어든다.

최종 통과된 법안에서 택시의 버스전용차로 진입을 허용하는 내용은 빠졌다. 하지만 버스업계는 택시업계가 법적 ‘대중교통’에 포함되면 이 요구를 다시 들고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버스는 전용차로 확대 실시로 서민의 발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버스전용차로에 택시가 들어오면 버스의 운행 속도가 떨어져 전용차로 기능을 못하게 될 것이다. 택시는 승하차를 위해 수시로 중앙 버스차로와 가로변을 넘나들어야 하므로 교통의 흐름이 단절되고 사고 위험도 높아진다.
#택시 선심 지원#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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