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이헌진]中공산당 부패 이번엔 척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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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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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의 만인(萬人)대강당은 세계 최대의 강당이다. 이름처럼 1만 명이 회의를 할 수 있다. 33m 높이 천장에는 공산당을 상징하는 붉은 별과 해바라기 꽃잎 모양의 조명이 설치됐다. 혁명에 승리한 공산당이 더 큰 승리를 향해 가자는 의미다. 이 대강당에서 최근 5년에 한 번 열리는 공산당 최대 행사인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열렸다. 당대표들은 이곳에서 개혁에 대한 승리, 특히 부패에 대한 승리를 다짐했다.

서방의 중국학 권위자인 미국 하버드대 로더릭 맥파쿼 교수(82)는 공산당은 마오쩌둥(毛澤東)과 경제성장에 의해 유지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마오가 이끄는 공산당은 국민당과 함께 일제를 몰아낸 뒤 봉건사회를 타파하고 사회주의 중국을 건설했다. 공산당 통치의 적법성과 정당성은 마오에서 출발한다. 이어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이후 공산당은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통해 중국의 과거 위상을 회복했다. 무능하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오늘날 공산당을 받쳐 온 기둥 2개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과 통치능력이 의심받고 있다. 부패와 사회적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인민 불만의 누름판 역할을 하던 고도성장이 주춤하면서다.

마오의 공산당은 ‘깨끗하다’는 환상을 퍼뜨리며 무능하고 부패한 국민당을 무찔렀다. 하지만 마오가 주도한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등 극좌적 오류는 재앙이었다. 홍위병은 ‘부패분자’라는 딱지를 제멋대로 붙여 반대편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이런 잘못된 역사가 얼마든지 되풀이된다는 것을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 시 서기가 보여줬다. 그는 마오의 혁명정신을 앞세웠고 ‘부패척결’과 ‘불평등 해소’를 걸고 전국적 스타가 됐다. 하지만 잠시는 달콤할지 몰라도 법과 제도를 무시한 가혹한 통치였고 시장 경제를 역행한 것이었다. 그런 그를 개인 비리로 숙청하면서 당내는 권력투쟁에 휩싸였다. 깨끗한 공산당에 대한 염원을 이용한 권력투쟁이 벌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개혁개방 30여 년간 연평균 약 10%로 경제가 커지는 고도성장기는 저물고 있다. 공산당의 부패에 대한 불만을 누그러뜨려 주던 가장 강력한 수단이 힘을 잃고 있는 것이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이번 당대회 업무보고에 ‘미증유의 위험과 도전’이란 표현을 새롭게 썼다. 현재 공산당이 느끼는 위기감은 이처럼 크다.

새로 출범한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체제의 공산당은 부패척결의 깃발을 다시 들었다. 최고 지도자들의 입에서 “해결 못하면 당과 나라의 멸망” “반드시 큰 힘을 들여 해결” 등의 강도 높은 표현이 나온다. 중국인들의 기대도 한껏 높아졌다. 다들 공평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원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당원 8260만 명을 가진 중국 공산당은 ‘세계 최대의 기득권 세력’이다. 부패 척결은 고통을 수반한다. 역사상 숱한 부패척결 운동은 기득권층의 저항을 넘지 못해 실패했다. 특히 집권층의 자기 정화는 스스로에게 칼을 대야 하기 때문에 더욱 어려웠다.

1998년 주룽지(朱鎔基) 당시 총리는 “100개의 관(棺)을 준비하라. 한 개는 내 것”이라며 반부패 기치를 높이 들었지만 결국 실패했다. 부패 척결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볼 수 있다. 공산당 내부의 부패 네트워크는 그때보다도 더 교묘하고 복잡하며 세졌다. 시진핑 총서기는 어떤 묘안을 갖고 있을까.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mungchii@donga.com
#중국 공산당#부패 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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