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쩌다 겨울 大정전까지 걱정할 지경이 됐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0일 03시 00분


현재 정기점검을 받고 있는 영광원자력발전소 3호기에서 결함이 발견돼 해당 원전의 잠정적인 가동 중단 기간이 37일(10월 18일∼11월 23일)에서 3개월로 늘어나게 됐다. 이 발전소의 5, 6호기는 품질보증서를 위조한 불량부품 사건으로 안전성 확보를 위해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 월성원전 1호기는 설계수명 만료일(11월 20일)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연장운영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처럼 원전이 한꺼번에 멈춰서는 바람에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철을 맞아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을 우려할 정도로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기상관계자들에 따르면 올겨울은 매우 추울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한파가 기승을 부릴 내년 1월의 최대 전력 수요는 8000만 k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최대 전력공급능력은 현재 국내 발전소를 모두 가동한다고 해도 8200만 kW 정도다. 정전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최대 전력 수요보다 400만 kW 이상 많은 예비전력을 확보해 놓아야 하지만 한참 미치지 못한다.

올여름에도 전력 위기가 닥쳤지만 넘길 수 있었던 것은 마른 수건을 쥐어짠 산업계의 절전(節電) 노력과 휴가철 냉방 수요 분산 덕분이었다. 겨울철의 전력 피크타임은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한밤중이나 새벽녘이라는 점에서 블랙아웃 위기관리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여름철 냉방 수요는 부유층일수록 큰 데 비해 겨울철 난방 수요는 노인과 저소득층에서 높아 전력당국이 무작정 공급을 제한할 수도 없다. 노인 등의 건강과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여름과 같은 대대적인 절전운동을 더 확산시켜야 한다. 한밤중 쇼윈도에 불을 켜놓거나 비닐하우스에 전기히터를 켜고 농사를 짓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체온은 내복만 입어도 3∼4도 올라간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제로 상황에서도 절약을 통해 전력 위기를 극복한 일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해마다 전력 수요가 늘어나지만 원전의 신규 건설이나 30년 설계수명이 끝난 원전의 수명 연장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야권 대선후보들은 원전 신규 건설 중단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한국은 전기가 모자란다고 유럽 국가들처럼 이웃 국가에서 사 올 수도 없다. 가장 싼값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원전을 포기하면 매년 전력대란이 되풀이될 것이고 전기요금도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
#원전#결함#정전#블랙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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