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죽음 부른 성형공화국 누가 부추겼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9일 03시 00분


한 여대생이 얼굴 장애로 양악수술을 받은 뒤 후유증을 앓다가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양악수술을 받는 사람이 늘면서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그는 턱이 돌아가고 눈물샘에 이상이 생겨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양악수술은 주걱턱과 안면 비대칭의 치료를 목적으로 시술됐으나 요즘엔 미용 성형으로 유행하고 있다. TV와 인터넷을 통해 양악수술을 받고 얼굴이 갸름하게 예뻐진 연예인들의 사례가 널리 알려진 때문이다.

‘성형공화국’으로 불리는 한국 사회의 과도한 성형 열풍은 외모지상주의가 부른 결과다. 수술을 하는 연령대도 중고교생으로까지 낮아지고 있다. 성형을 부추기는 ‘얼짱 문화’를 확대 재생산하는 데는 상업적 대중매체의 영향이 크다. 아이돌 스타들이 방송에 출연해 거리낌 없이 성형을 고백한다. 버스와 지하철에까지 수술을 부추기는 광고가 넘쳐난다.

외모를 경쟁에서 앞서는 수단이자 취업과 결혼을 위한 ‘스펙’처럼 여기는 사회적 인식도 한몫했다. KTV가 전국 10대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외모가 사회생활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한다’고 답했다. 외모지상주의의 원인에 대해서는 ‘남의 눈을 의식하는 문화’(38%) 때문이란 대답이 가장 많았다. 성형을 인생의 성공을 위한 ‘합리적 투자’로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를 타고 해마다 수능시험이 끝나면 일부 병원에선 수험생 특별할인을 내세우는 마케팅을 펼친다. 예뻐지고 멋지게 보이고 싶은 인간 심리를 탓할 일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외모지상주의로 흐른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미의 기준이 서구적 외모에 맞춰져 있다는 것도 문제다. 우리 사회의 ‘쏠림’ 현상이 심하긴 하지만 외모마저 유행에 휘둘려 개성을 죽이고 있다. 요즘 서구에선 살짝 벌어진 앞니를 매력으로 내세우는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 같으면 치명적 단점이겠으나 되레 이를 개성으로 앞세운 모델들이 인기를 모은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모델 혜박은 낮은 코, 쌍꺼풀 없는 눈, 얇은 입술 같은 동양적 외모로 세계 톱모델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성공 비결을 “남과 다른 것이 나만의 경쟁력”이라고 소개했다.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길 때 남과 다른 점은 약점이 아니라 개성이 된다. 개성은 곧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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