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쁜 언론’에 1100만 원 배상금 너무 적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3일 03시 00분


‘보도나 PRESS라고 크게 적힌 신분증을 과시할 경우’ ‘더운 여름에 짙은 색 양복에 넥타이까지 매고 권위를 강조할 경우’. 대기업 홍보팀에서 만들었다는 사이비 기자 감별법이다. 근거 없는 기사를 보도해 기업의 명예를 훼손한 인터넷 언론사 프라임경제에 대해 법원이 손해 배상을 명령하는 판결을 내렸다. 한국광고주협회가 지난해 5월 프라임경제 등 5개사를 ‘광고주가 뽑은 나쁜 언론’으로 선정해 공개하자 프라임경제는 “대한항공이 그 배후”라고 지목하며 보복 기사를 연이어 게재했다.

한국광고주협회는 “‘나쁜 언론’ 5개사는 미확인 제보 등을 토대로 쓴 기사를 인터넷에 올리기 전에 해당 기업에 연락해 광고나 협찬을 요구했으며, 기사를 올린 후 광고나 협찬을 하면 곧 기사를 내렸다”고 밝혔다. 소송 당사자인 대한항공은 “프라임경제의 기사가 대형 포털사이트에 올라가게 되자 돈을 요구하는 행태가 더 심했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오죽 당했으면 소송까지 냈을지 사정을 짐작할 만하다.

인터넷신문은 취재 및 편집 인력 3명만 있으면 설립이 가능하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인터넷신문은 3500여 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는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1인 매체’가 적지 않다. 이런 매체들은 콘텐츠가 부실하고 사이비언론 행위를 통해 수입원을 만든다. 노무현 정권 이래 인터넷매체의 등록을 마구 받아준 정부도 잘못이지만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들도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아무리 작은 언론매체라도 포털사이트에 일단 그 매체의 기사가 올라가면 금방 확산된다. 포털사이트가 매체의 질을 따져 제휴사를 선정한다면 폐해를 줄일 수 있다. 현 상태라면 포털사이트는 ‘사이비언론의 온상’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건강하고 자유로운 언론은 민주 사회를 지탱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다. 자사의 이익을 위해 언론 본연의 자세를 포기하고 근거 없는 보도를 하는 매체라면 언론이라고 할 수 없다.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흉기일 뿐이다. 프라임경제에 대한 1100만 원의 손해 배상액은 너무 가볍다. 징벌적 배상을 해야 이런 행태가 근절된다. 사법부는 인터넷 유사 언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언론자유 가치의 훼손을 막아야 한다.
#나쁜 언론#프라임경제#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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